현대케미칼 혼합자일렌 생산 공장 전경.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일본 정부가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가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피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업계는 “편의상 일본에서 일부 품목을 수입하고 있으나, 일본에만 수입을 의존하는 사업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이 많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경쟁력이 이미 일본을 앞지른 수준이라, 오히려 이번 결정으로 피해를 입는 쪽은 일본 석유화학 업계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와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전체 자일렌 가운데 일본으로부터 들여온 비중은 95.4%로 집계됐다. 한국이 수입한 전체 톨루엔 가운데 일본산의 비중은 79.3%로 나타났다.

자일렌은 파라자일렌(PX)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료다. PX는 페트병이나 합성섬유 등을 생산하는 데 쓰인다. 톨루엔은 PX를 만들거나 시너 등 도료를 만드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자일렌과 톨루엔이 수출 규제 품목에 포함될 경우,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자일렌과 톨루엔에 대한 수출 제한이 있다고 해도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자일렌과 톨루엔 비중만 보면, 의존도가 높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편의상 일본산의 비중이 높은 것”이라며 “일본 외에도 자일렌과 톨루엔을 공급받을 수 있는 수입처는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자일렌과 톨루엔의 상당 부분은 현대오일뱅크와 일본 코스모오일의 합작사인 ‘현대코스모’가 수입한 것”이라며 “일본 합작사를 제외하면 국내 석유화학 업체의 일본산 자일렌과 톨루엔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움직임이 극단적으로 장기화될 경우 국내 석유화학 업체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 수순에 접어들어 국내 석유화학 업체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면서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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