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추가 보복 확대 가능성 따라 긴급 회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IM(정보기술&모바일), CE(소비자가전) 부문 등 각 사업부 사장단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이 부회장은 일본에서 귀국한 직후 지난 13일 열린 DS(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사장단 회의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 되고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전 사업 분야에 '비상 경영 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주문한 만큼 관련 사항을 점검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번주 IM사업부과 CE 부문 회의를 순차적으로 소집해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지난 12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 부회장은 13일 DS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의 최고경영진 회의를 열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휴대폰과 TV, 가전 등 전 분야에 걸쳐 컨틴전시 플랜 아래 일본의 수출 규제를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이 부회장이 5박 6일간의 출장에서 규제 대상이 된 현지 소재 수출기업과 일본 대형 은행, 정·재계 인사들과 두루 면담한 결과 현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이르면 오는 18일 우리나라에 대한 추가 경제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이 제3국 중재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우리 정부에 답변을 요청한 시한이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요구한 중재절차에 한국이 나서지 않으면 국제법에 정해진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추가 보복 대상으로 거론되는 품목은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등 1112개에 이른다. 실제 이 품목들이 수출규제 영향을 받으면서, 우리나라 제조 현장의 전방위 피해가 예상된다. 삼성전자 역시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최고경영진 회의서 "단기 현안 대처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면서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한편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자"는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주문 아래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선 세 가지 핵심 소재 가운데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불화수소에 대한 대체제 테스트에 착수했다. 대체제는 중국 산둥성의 화학기업인 방훠그룹(浜化集?)에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순도 불화수소 등 일본산을 대체할 소재를 찾기 위해 테스트하고 있는 것"이며 “실제 라인에 적용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역신 일본산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면 시험라인 테스트·적용, 양산라인 테스트·적용 등을 거치게 되는데 이것이 완료되려면 6개월 이상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본이 수출 규제를 계속한다면 삼성전자가 수개월 이상 버티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연일 긴급회의 소집하고 있다는 것은 삼성이 그만큼 사상 초유의 위기에 빠져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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