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현지 공인중개사 평가…분양가 주변보다 싸지만 투자 '혹평' 많아

단지 입구서 각 동까지 최대 22도 경사…향후 집값 상승 '걸림돌' 평가

'e편한세상 백련산' 사업지 입구 가운데 한 곳. 사진=박창민 기자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경사 때문에 걸어다니기 힘든 단지인데...."

'e편한세상 백련산' 견본주택 개관일인 지난 12일 응암역에서 단지까지 도보로 다녀왔다고 기자가 얘기하자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보인 반응이다.

단지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응암역에서 e편한세상 백련산까지는 걸어서 약 25분 소요됐다. 단지와 응암역간 거리는 반경 800m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지만, 연이은 경사로는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특히, e편한세상 백련산 가까이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단지 입구까지도 경사가 가팔랐으며, 향후 조성될 단지 입구에서 각 동까지도 최대 22도 이상 경사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입주 시 경사에 따른 불편함은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백련산 인근 단지들은 지대가 낮을수록 시세가 높았다. 언덕에 위치한 e편한세상 백련산이 주변 시세 대비 1억5000만원 가량 분양가(전용면적 84㎡ 기준)가 저렴하게 나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수의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단지 분양가가 저렴한 편이라는 데는 동의했지만 가파른 경사와 350여가구의 소규모 단지라는 점 등을 들어 투자 측면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지난 12일 네이버 길찾기를 통해 검색한 응암역과 사업지간 최단시간 도보 이동경로를 따라 걸어봤다. 사진은 이동경로 중 경사진 이동로 모습. 왼쪽 상단에는 e편한세상 백련산과 도보 4분거리인 영락중학교가 보인다. 사진=박창민 기자

◇ 3.3㎡당 평균 분양가 1860만원에 숲세권…비역세권 단점

대림산업 계열사인 삼호는 서울 은평구 응암동 226-1번지 일원에 공급하는 e편한세상 백련산의 견본주택을 지난 12일 열고 본격적인 분양에 나섰다.

e편한세상 백련산은 지하 3층~지상 15층, 8개동, 전용면적 59㎡~84㎡ 총 358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가운데 전용 84㎡ 120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860만원대로, 일반분양분의 공급가격은(발코니 확장비 제외) 전용 84㎡ 기준 5억4525만~6억2100만원이다. 발코니 확장비는 1180만~1270만원 선이다. 모든 공급가구가 9억원 이하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다. 중도금 60% 가운데 40%는 이자 후불제다. 다만 15일 삼호측에 따르면 나머지 중도금 20%는 청약담청자가 자기 납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12일 견본주택 현장에서 만난 분양 관계자는 저렴한 분양가와 함께 풍부한 주변 인프라, 백련산과 가까운 숲세권 입지를 장점으로 꼽았다.

분양관계자는 "주변 단지들 시세가 7억원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분양가"라면서 "지대가 높고, 비역세권인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인하 요구가 반영됐기에 가능한 분양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단지 앞에는 불광천, 단지 뒤에는 백련산이 있는 숲세권 입지"라면서 "재건축 단지인 만큼 이마트 은평점 등 이미 갖춰진 주변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지도로 살펴보면, 이 단지에서 백련산 등산로 입구까지는 반경 약 220m, 도보로는 13분 거리다. 도보 예상소요시간은 성인 도보 속도(4km/h)를 적용했다.

단지 바로 앞 도보 4분 거리(반경 250m)에 서울특별시립은평병원이 위치하며, 이마트 은평점은 반경 도보 9분 거리(반경 550m)에 있다.

도보통학이 가능한 학교 시설들도 갖춰져 있다. 영락중이 도보 4분 거리(반경 120m)에 있으며, 인근에 연은초, 응암초, 은명초, 명지고, 명지대 등이 들어서 있다.

이같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삼호는 지대가 높은 단지라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아파트 입구에 중앙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단지 지상과 지하를 오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삼호 측은 단지 입구의 경사도는 45.8도, 각 동 가운데 최대 경사도는 68도로 단지 내 경사도 차이가 최대 22.2도이며, 중앙 엘리베이터 운영에 따른 관리비 인상 우려는 태양열 전력 공급 방식을 활용해 인상 수준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비역세권 입지도 단점으로 꼽힌다. 단지와 응암역까지는 반경 약 800m로, 도보 25분 거리다. 통상 역세권은 단지와 지하철역 간 거리가 반경 500m 이내일 경우를 말한다.

응암동 현지 공인중개사들이 e편한세상 백련산과 비교한 단지들. 사진 위에서부터 아래로 차례대로 백련산 SK뷰 아이파크, 백련산 파크자이,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 사진=박창민 기자
◇ 다수의 공인중개사 '높은 지대' 집값 상승 걸림돌 전망

다수의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e편한세상 백련산이 싼 분양가 외에는 두드러진 특징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변 단지들에 비해 투자 매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은평구 백련산로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 지역에서는 단지의 지대가 높으냐 낮으냐가 매매 판단의 중요한 요소"라며 "e편한세상 백련산이 분양가는 저렴하지만, 경사가 있는 만큼 걸어서 주변 시설들을 이용하기 힘든 단지인 만큼 투자 목적보다는 실거주 목적인 수요자들에게 적합하며 또한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은평구 은평로 인근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e편한세상 백련산이 높은 브랜드 명성에도 불구하고, 지대가 높은데다 350여가구인 소규모 단지인 점은 주변 단지들에 비해 투자 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 거론되는 e편한세상 백련산 주변 대표적인 브랜드 단지로는 백련산 SK뷰 아이파크(2019년 8월 입주예정), 백련산 파크자이(2019년 2월 준공),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2018년 2월 준공) 등이 있다.

다만 2011년 준공된 백련산 힐스테이트 1차~3차의 경우는 지어진 지 9년차를 맞은 만큼 e편한세상 백련산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단지들의 시세를 전용면적 84㎡ 기준(발코니 확장비 기본 포함)으로 살펴보면 다음달 입주를 앞둔 백련산 SK뷰 아이파크 분양권은 약 7억2000만~7억5000만원대, 입주가 완료된 백련산 파크자이와 백련산힐스테이트 4차 매매는 6억7000만~7억2000만원선에서 각각 거래가 가능하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주변 단지들이 e편한세상 백련산의 분양가(5억4525만~6억21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내외로 높은 시세인데도 투자 목적으로는 다른 단지들을 권했다. 특히 백련산 SK뷰 아이파크에 대해서는 호평이 많았다.

백련산로 인근 C 공인중개사는 "백련산 SK뷰 아이파크의 경우 e편한세상 백련산과 불과 도보 10분 거리(반경 약 350m 내외)인데 사실상 평지나 마찬가지이며, 1305가구 규모의 대단지여서 이 근방에서 투자 가치가 높은 편에 속한다"면서 "실거주자라면 e편한세상 백련산이 분양가가 저렴한 만큼 나쁘지는 않다"고 조언했다.

e편한세상 백련산의 향후 청약 일정은 16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17~18일 1순위, 19일 2순위 청약을 받는다. 당첨자 발표는 오는 25일이며, 계약은 8월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