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수합병과 사업재편, 외부 수열
구본준 전 부회장의 거취와 비전은 숙제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LG그룹이 달라졌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넜던’ 보수적인 기업였다면 오는 29일 취임 1주년을 맞는 구광모 회장 체제 이후 의사결정은 과감해지고 빨라졌다. 이전에 없던 인수합병을 비롯해 계열사 사업 재편, 적극적인 외부 인재 영입 등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그룹을 바꿔나가고 있다.

◇외부 인재 수혈하고 과감한 사업 재편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6월 29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회장으로 취임했다.

재계는 구 회장이 40대 젊은 나이에 총수에 오른 만큼 급격한 변화보다는 그룹의 경영안정에 무게중심을 두며 장기적인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구 회장은 취임 보름여 만에 하현회 전 ㈜LG 부회장과 권영수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의 자리를 맞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하며 그룹의 변화를 예고했다.

연말 인사에서 변화는 시작됐다. 순혈주의를 고집하던 LG였지만 LG화학 CEO로 미국 3M 출신의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했고, 홍범식 베인앤드컴퍼니 대표를 지주사 경영전략팀으로,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출신인 김형남 부사장을 자동차부품팀장으로 발탁 등 적극적인 외부 수혈로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LG화학이 지난 5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리튬배터리 기술 관련 영업비밀 침해 소송도 이러한 변화의 반증으로 여겨진다. 조용히 처리하려던 기존과 달리 적극적인 모습에 LG의 생각하는 방식의 변화가 감지된다.

비주력 사업 정리와 과감한 투자 등도 눈에 띈다. 지주사인 ㈜LG와 LG전자, LG CNS가 차세대 연료전지를 개발하기 위해 공동 투자했던 LG퓨얼셀시스템즈를 지난 2월 청산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수 처리 자회사 하이엔텍과 LG히타치워터솔루션 매각을 진행 중이며, 국내 스마트폰 생산시설은 베트남으로 라인을 이전한다. LG이노텍은 스마트폰용 무선충전 사업 중단을 LG유플러스도 결제사업부(PG)의 매각을 검토 중에 있다.

반대로 LG전자는 지난해 LG와 함께 1조4440억원을 들여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기업 ZKW를 인수했으며,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 주식을 8000억원에 사들였다. LG생활건강은 미국 화장품 및 퍼스널케어 회사 `뉴에이본`의 지분 100%를 1억2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해 `인재 유치`를 직접 챙기는 한편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최근에는 미래성장동력과 인재 확보를 위해 기업벤처캐피탈(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설립하고 자율주행을 비롯, AI·가상현실(VR)·증강현실(AR)·로봇·디스플레이·소재·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에 대거 투자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 체제가 된 후 LG그룹의 변화가 과감해지고 빨라졌다”며 “그간 자체 육성 중심이었던 LG그룹이 계열사 인수 또는 매각으로 '선택과 집중'으로 바뀌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구본준 전 부회장의 거취와 비전은 숙제

구 회장이 지난 1년여간 젊은 총수의 과감함으로 조직의 변화를 이끌었지만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구본준 전 부회장의 거취 문제는 꾸준히 제기된다. 구 회장의 작은 아버지인 구 전 부회장은 현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하지만 장자승계와 함께 다른 형제는 계열사를 분리해 독립하는 LG 총수 일가의 전통을 감안하면, 구 부회장도 적절한 사업을 물색해 나갈 것이란 전망 속 계열사 분리 가능성이 나온다.

구체적인 비전 확보도 숙제다. 구 회장은 취임 후 마곡센터에 두 차례 방문하며 직원들 앞에 섰지만 그룹 구체적인 비전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고 구본무 회장은 1996년 취임 1주년을 맞아 '도약 2005'라는 비전을 선포하며 2005년까지 매출액 300조원 달성하고, 세계적 초우량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다만 구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열린 그룹 지주회사 주주총회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영속하는 LG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이 중국 IT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 되면서 LG디스플레이 매출 하락, LG유플러스의 화웨이 5G 장비 사용 등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재계 관계자는 “내외적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은 만큼 구 회장의 고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보여줄 비전과 전략에 LG그룹의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은 지난해 6월 취임 후 첫 공개행보로 같은해 9월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연구·개발(R&D) 복합단지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했다. 사진=LG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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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9/06/27 11:46:07 수정시간 : 2019/06/27 1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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