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중노위에 노동쟁위조정 신청…19~2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업계 "파업 시 GM에 '추가 공장 폐쇄' 명분 제공…양보·협력해야"

한국지엠 노조가 지난달 19일 부평 본사 앞에서 사측의 '인천 부품 물류센터 폐쇄' 조치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노조 홈페이지 캡처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한국지엠(GM)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벌이기도 전에 교섭 장소를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사측은 직원의 안전이 확보된 새로운 장소에서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조 측은 기존 교섭장을 고수, 파업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노조의 강경 투쟁 시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가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이날 파업 권한을 포함한 쟁의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조정 신청서를 냈다. 이는 전날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노동쟁의 발생 건'을 만장일치로 결의한 데 따른 것으로, 노조는 오는 19~20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나선다.

중노위는 노사 간 조정을 시도한 뒤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조정중지’나 ‘행정지도’ 결정을 내린다. 조정중지 결정이 나오고,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쟁의행위에 찬성하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 등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조가 쟁의권 확보에 나선 것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앞서 노조는 지난 4월 연구개발(R&D)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의 단체협약 승계 문제를 두고 쟁의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단협이 현장직 중심으로 구성, 사무직 위주의 신설법인에 적합하지 않다는 일부 조합원들이 목소리가 잇따라 실제 쟁의행위는 발생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노조가 이번에 쟁의권을 확보, 파업을 벌이면 연내 신차 출시를 위한 시범생산에 들어가는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노조의 파업을 부정적으로 인식, GM이 강력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GM이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각지의 사업장에서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는 상황 속 노조의 파업은 군산에 이어 창원이나 부평 공장을 폐쇄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학훈 오산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노조가 강성기조를 유지한다면, GM 입장에서는 고비용·저생산 구조 속 ‘벼랑 끝 전술’을 펼칠 수밖에 없다”면서 “무리한 요구 대신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노조가 양보하고 협력하며 미래에 대한 고민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달 3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 교섭에 돌입하려 했으나, 교섭장소를 정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해 만남은 6차례나 무산됐다.

사측은 지난해 7월 기존 교섭장인 본사 복지회관 건물 노사협력팀 대회의실에서 노사 협의 중 임원진이 노조 조합원에게 감금된 사례가 있다며 출구가 많은 본관 건물 내 회의실로 교섭장소를 옮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제시한 단체교섭 대표 가운데 회사 기물 파손 등으로 해고된 군산지회장도 제외해달라고 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교섭 장소에 대한 노사 간 의견 차이를 보이지만, 교섭은 모든 직원의 안전이 확보되는 장소에서 진행돼야 한다”면서 “하루빨리 교섭을 개시할 수 있도록 노조와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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