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등 16개 주요 관계사, 지난해 측정결과 순차 발표

최 회장 “측정은 개선의지 있다는 것…완벽치 않아도 시작 중요”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강조해온 사회적 가치 측정을 그룹 차원에서 본격 운영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은 21일 지난해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먼저 공개했다. SK그룹은 측정 시스템에 개선할 점이 적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미비점을 보안해 나가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초석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SK그룹은 21일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을 비롯한 16개 주요 관계사가 2018년 한 해 동안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순차적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형희 SK그룹 SV(Social Value) 위원장은 “SK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의 토대가 되는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구축해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며 “재무제표를 각 사별로 공개하듯, 사회적 가치 역시 각 사 별로 공개할 것 ”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는 기업 경영활동 등을 통해 일자리 부족, 환경오염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말한다. DBL(Double Bottom Line) 경영은 영업이익 등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표기하듯 같은 기간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관리하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은 일반적인 사회공헌과는 다르다. 그동안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 등 일부 국내외 기업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 및 공표해왔지만 제품·서비스 관련 사회적 가치까지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SK가 처음이다.

이를 위해 SK는 지난 2017년부터 외부 전문가들과의 공동 연구, 관계사 협의 등을 통해 측정 체계를 개발해 왔다. 측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대학 경제학, 회계학, 사회학 교수, 사회적 기업 관련 전문가들이 자문 역할을 했다.

이형희 SK그룹 SV(Social Value) 위원회장.

SK그룹이 이번에 공개한 사회적 가치는 크게 3대 분야로 나뉜다. △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 ‘경제간접 기여성과’ △제품·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 ‘비즈니스 사회성과’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 ‘사회공헌 사회성과’ 등이다.

세부적으로 경제간접 기여성과의 측정 항목은 고용, 배당, 납세 등이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부문을 측정한다. 사회공헌 사회성과의 측정 항목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관련 실적을 측정한다.

이 같은 측정 방식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경제간접 기여성과(2조3000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1조2000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494억원)에 이른다.

SK텔레콤은 경제간접 기여성과(1조6000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181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339억원)이다. SK하이닉스는 경제간접 기여성과(9조9000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4563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760억원)을 각각 창출했다.

공표 방식과 시점은 각 사별로 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 때 밝히거나 지속가능보고서에 기재하는 등 자율로 정하게 된다. 또한 앞으로 매년 측정 결과를 공개하고, 관계사별 경영 KPI(핵심평가지표)에도 50%를 반영하기로 했다.

이형희 위원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은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 활동과 별개가 아니”라며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 혁신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아직 측정 시스템에 개선할 점이 적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미비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소비자 피해 관련 사건·사고, 지배구조 개선 성과, 법규 위반 사항 등은 객관적인 측정방법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 각 사는 자체 측정결과 공표 시 미반영 항목을 주석에 표기하고, 추후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목표를 정해 모자란 부분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측정결과 공표를 독려했다고 SK측은 전했다.

SK는 또 향후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일종의 재무제표 형태로 작성해서 공개하는 방안을 회계학자들과 공동 연구 중이다.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부사장)은 “사회적 가치 측정은 DBL 경영을 동력으로 작지만 큰 걸음을 내딛은 것”이라며 “’지도에 없는 길’을 처음 가는 것인 만큼 시행착오도 많겠지만 결국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