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트윈타워서 차분하고 간소한 분위기 속 추모식 열려
LG그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고 구본무 회장 1주기 추모식을 가졌다.
이날 추모식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권영수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과 사장단 이하 각 계열사 임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고 구본무 회장의 약력 소개를 시작으로 추모 영상 상영, 구광모 ㈜LG 대표를 비롯한 사장단의 헌화와 묵념으로 약 30분간 열렸다.
추모 영상은 1995년 2월 구본무 회장의 취임식 장면으로 시작됐다. 20여년 이상 연구개발 투자로 개척한 이차 전지 사업과 OLED TV 등 디스플레이 사업을 키워낸 끈기와 집념의 리더십,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대기업 최초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통한 선진적 지배구조 구축,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업문화인 ‘LG Way’ 선포 등 고인의 의미 있는 발자취가 담겼다.
LG그룹 관계자는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소박하게 치렀던 것처럼 생전에도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멀리하고 소탈하게 살아온 고인을 기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간소하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장례식 역시 고인의 뜻에 따라 3일 가족장으로 간소하게 치러졌고, 경기도 광주 곤지암 화담숲 인근에서 수목장 형식으로 영면에 들어갔다. 구 전 회장은 지난 1995년부터 23년간 그룹을 이끌었고 지난해 5월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LG그룹의 지난 1년을 보면 40대의 젊은 총수 구광모 회장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가시게 한 시기로 평가된다. 구 회장은 취임 후 빠르게 조직을 안정시키며 그룹 이념인 정도 경영과 고객 중심 경영을 지키면서도 실용적인 경영철학으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회장이 타계한 지 한 달여 뒤인 지난해 6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되며 본격적인 그룹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그 과정에서 구 회장은 편법없는 정상적이고 투명한 상속세 납부를 약속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초 구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이 보유했던 ㈜LG 주식 11.3%(1945만8169주) 가운데 8.8%(1512만2169주)를 상속받고, 같은 달 말 1차 상속분을 납부했다.
구 회장의 소탈하면서 실용적인 경영철학은 변화된 소통 방식으로 대변된다. 복장 자율화, 토론식 사업 보고, 월례 LG 포럼 등 구 회장은 취임 후 격식보다는 토론과 소통을 강조하며 실용주의 경영 기조를 보인다.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첫 현장 행보로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했다.
구 회장은 성장사업과 미래사업 분야의 융복합 연구개발 현황을 점검하며 "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미래를 책임질 연구·개발(R&D) 메카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그 중요성이 계속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에 LG전자 등 5개 계열사가 총 4억2500만달러를 출자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LG테크놀로지벤처스’하고 모빌리티·가상현실(VR)·바이오·모바일 분야 6개 기업에 투자했다.
대내외적으로도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 참석으로 데뷔전을 치른 후 지난 15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동일인(총수) 지정을 받으며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 체제 이후 조직문화가 한층 젊어지고 의사 결정 역시 신속하고 과감해졌다"며 “정부로부터 구 회장이 총수 지정까지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구광모 체제' 강화가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