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체증 가중·집값 하락 우려 등 목소리 잇달아

시·건설사 “주거단지 계획 없이 사업 참여 불가피”

“영상문화단지 완료 땐 1만 여명 고용 유발 효과”

부천영상문화단지가 들어설 부지 일부. 드라마 '야인시대' 세트장으로 사용된 이후 현재는 체험농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박창민 기자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사업비가 4조2000억원에 달하는 부천영상문화단지 개발사업을 놓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단지 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GS건설 컨소시엄이 부천시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5500가구 규모의 주거단지 조성 계획이 포함돼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천시민들과 시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진통이 커지고 있다. 일부 부천시의회 의원들도 시와 GS건설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결의문 발표 등 강경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천의 시민단체들은 전체 부지 35만㎡ 가운데 40%에 이르는 14만㎡가 주거용지로 개발되고, 부지의 7%(2만4500㎡)만 기업혁신센터로 만들어지는 GS건설의 사업계획은 영상단지 개발의 본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부천시와 GS건설을 비롯해 이번 사업에 사업계획서를 제안했던 건설사들은 비수익 시설인 영상·문화콘텐츠 구축 비용 등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면 수익시설인 주거단지 계획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영상산업단지 조성이 완료되면 약 1만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예상된다는 것이 GS건설 컨소시엄 측은 설명이다.

부천시는 통상 민간공모사업에는 사업자의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설이 사업계획에 포함되기 마련이라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GS건설 컨소시엄과의 협상 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4년간 지지부진했던 부천시의 숙원사업 ‘속도’

부천시 상동 529-38번지 일대에 들어설 부천영상단지의 부지는 35만㎡ 규모의 부천시 소유지다. 부천시와 인천광역시의 경계선에 위치해 횡단보도 하나로 부천 상동과 인천 삼산동으로 나뉘는 이 부지는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부천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천영상단지 부지의 개발사업은 4년째 이어온 시의 숙원사업으로 2015년 신세계복합쇼핑몰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인근 소상공인의 반대와 신세계의 토지매매계약 불이행으로 무산돼 답보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후 지난해 7월 취임한 장천구 부천시장이 재공모를 추진하면서 다시 불씨를 지폈다. 올해 초 부천시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이 일대에 첨단 디지털미디어와 웹툰 등 새로운 문화 콘텐츠가 접목된 융복합 첨단지식산업단지 개발계획을 발표하는 동시에 사업자 공모에 나섰다. 지지부진하던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부천영상단지 개발사업 공모에는 GS건설 컨소시엄, 대우건설 컨소시엄 등 6개 컨소시엄이 도전장을 냈다. 이후 평가심의위원회의 사업계획서 심사를 거쳐 지난달 29일 최고득점(920.84점)을 한 GS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GS건설 컨소시엄 관계자는 “이번 공모의 의미를 영상 관련 기획, 투자, 제작, 전시, 유통이 한꺼번에 가능한 영상산업단지의 개발로 이해했다”면서 “영상산업단지 조성 완료시 약 1만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GS건설 컨소시엄은 GS건설을 대표 주간사로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이 출자자로 참여한다.

시는 GS건설 컨소시엄과 이달 협상을 시작해 오는 7월 계약 체결을 결정할 예정이다.

부천영상문화단지가 들어설 부지 일부인 부천시 상동 '아인스월드' 테마파크. 사진=박창민 기자

◇ 대단지 아파트 공급 계획에 시민들 ‘볼멘소리’

부천영상단지 부지 개발사업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사업계획에 대규모 주거단지 공급 계획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부천시가 공개한 사업계획서를 보면, 전체 부지 35만1915㎡ 가운데 GS건설 컨소시엄이 제안한 주거용지비율은 40.8%(14만3647㎡)다. 5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 공급에 따른 학교 설립 부지 1만2002㎡(3.4%)까지 더하면 전체 부지의 절반에 가까운 44.1%가 주거단지를 위해 사용되는 셈이다. 반면 기업혁신센터를 위해 사용될 부지는 2만4577㎡으로 전체의 7%에 불과하다.

부천시에 따르면, GS건설 컨소시엄은 약 5500가구의 주거단지와 500실 이내의 오피스텔을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 부천시민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부천영상단지가 들어설 부천시 상동 내 A 부동산 중개사무소 대표는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서면 공급이 늘어 주변 아파트 시세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다"면서 "부천은 인구과밀 지역으로 전국 1~2위를 다투는데 아파트가 더 들어올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부천의 인구밀도는 ㎢당 1만6370명으로, 이는 전국 평균인 ㎢당 509명 대비 30배에 달하며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가장 높다.

이미 극에 달한 상동의 교통체증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주민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국가교통 조사결과에 따르면 부천이 고양, 성남에 이어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통행량 3위를 기록했다.

상동에 거주하는 최모(51)씨는 "상동 주변 IC(중동IC·송내IC)는 출퇴근 시간대는 물론 하루 종일 정체돼 주민들이 수년째 불만을 제기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5000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추가로 들어오면 뭘 더 어떻게 하란 말인가"라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부천시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에서도 '영상단지가 주거단지로 전락했다'는 비난의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조모씨는 "아파트 분양 중심의 사업으로 건설사 또는 시행사 배만 불리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정모씨는 “협의 진행 시 주거 단지를 줄이고 기업혁신센터 부분을 대폭 늘리는 협상이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부천영상단지 내 부천시 광고판. 사진=박창민 기자

◇ 부천시 “민간공모사업인 만큼 주거단지 불가피”

부천시는 민간공모사업인 만큼 사업자의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부천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주거시설 5500여가구를 계획한 GS건설 컨소시엄은 물론 이번 공모 참가한 6개 컨소시엄 중 5개 컨소시엄이 모두 약 4000~5000가구 주거시설을 제안했다"면서 "민간사업자는 비수익 시설인 영상·문화콘텐츠 구축비용과 공공기여 비용 등을 투자하기 위해선 수익시설인 주거시설 계획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천시 도시전략과 관계자도 "사업자들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시설이 아닌 이상 수익이 발생하는 시설을 같이 넣는 게 일반적"이라며 "주거단지 건립을 통한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자가 참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건설사들이 이번 공모에서 4000가구 이상 주거시설 건립을 제안한 것은 학교 신설 문제와 연관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부천시 측의 설명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공모에 참여한 여러 컨소시엄과 교육청과의 사전협의에서 새 주거단지 입주가구의 학생들을 인근 학교에서 전부 수용하는 것을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육청은 주거단지 규모가 최소 4000가구 이상은 돼야 신설된 학교가 운영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에 맞춰 6개 컨소시엄 가운데 5개 컨소시엄이 4000가구 이상의 규모로 계획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임은 부천시 몫…사업계획 조정 여지 있다”

대규모 주거단지 건립을 놓고는 시민단체와 건설사의 입장차가 뚜렷했다.

김기현 부천YMCA 사무총장은 “기본적으로 민간사업자는 공익적인 목적보다는 수익성 위주로 사업계획을 구성한다지만 결국 사업을 결정하는 것과 그에 따른 책임은 부천시의 몫”이라면서 “인구 밀도도 높고, 녹지화도 전국 최저이며 환경도 열악한 부천에서 개발행위를 할 때 시는 부천시민 전체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하는데 지금의 사업계획은 시민의 질보다는 민간사업자의 수익 보장을 위한 아파트 개발이 중심으로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부천영상단지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던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영상단지만으로도 건설사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주거단지 입주 계획을 세우지 않았을 것”이라며 “판교산업단지나 고양관광문화단지(한류월드)에도 사업성을 보장할 시설이 들어간 사례가 있는 것처럼 국책사업이면 모를까 현실적으로 수익 없이는 개발에 참여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부천시의회 의원들은 시와 GS건설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결의문, 촉구문 등 내외부적으로 다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찬희 부천시의회 도시교통위원회 위원장은 "GS건설 컨소시엄의 사업계획서가 부천시의 상황과 맞지 않아 미비한 점이 많다고 생각해 시와 협상할 때 여러 가지로 다시 제안할 것“이라면서 ”다만 GS건설 컨소시엄이 아직 우선협상대상자이지 계약까지 맺은 건 아니기 때문에 조정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GS컨소시엄이 제출한 부천영상단지 조감도. 사진=부천시 제공

◇영상단지 개발은 긍정적 파급 효과 기대

GS건설 컨소시엄은 4조2000억원을 들여 영상단지와 EBS 교육문화체험시설, 할리우드 복합관, 호수공원 연결 다리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부천국제시네마펀드 조성, 원도심 재생주차장 지원, 미세먼지 저감 등 공공기여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유치 예정기업으로는 소니픽쳐스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IP2 엔터테인먼트, 슈퍼노바, EBS, 현대오토에버 등 총 28개사의 국내외 글로벌 기업이 입주할 계획이다.

업계 일각에선 영상단지 개발로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도 하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부천시는 그간 서울과 인천 중간의 베드타운으로서 정체된 도시의 이미지가 강했으나 이번 사업을 계기로 세계적 기업 유치에 무사히 성공할 경우 도시브랜드와 이미지의 획기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4조원대 개발사업의 파급효과를 통해 도시발전의 가속화와 자산가치 상승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천시는 부시장을 단장으로 협상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GS건설 컨소시엄과 영상단지 개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사항도 충분히 수렴 및 검토해 지역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영상문화산업단지가 조성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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