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르노 '아태→아프리카·중동·인도' 본부로 소속 변경

노조 20~22일 지명파업…전문가들 "노사 하루 빨리 합의해야"

2014년 9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만든 닛산 '로그'의 북미 수출 첫 선적식 모습. 사진=르노삼성자동차 제공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4월부터 르노삼성차 소속 지역 본부가 ‘아시아-태평양’에서 ‘아프리카-중동-인도-태평양’으로 변경된다. 이에 일각에선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중인 로그 후속물량 배정이 무산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르노삼성 측에선 본사차원의 글로벌 조직개편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프랑스 르노그룹은 19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에 소속돼 있던 ·호주·동남아 및 남태평양 지역을 아프리카-중동-인도 지역 본부와 통합, 아프리카-중동-인도-태평양 지역 본부로 재편하고 중국 지역 본부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르노그룹 측은 “자동차 산업의 가파른 변화 속도에 발맞췄다”면서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동시에 조직 운영의 효율성과 수익성 개선을 위한 차원”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은 수출 지역 다변화와 함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르노삼성 측은 “아프리카와 인도는 동남아 지역과 함께 성장 가능성이 크고,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간 시너지 효과도 큰 지역으로 알려졌다”면서 ”르노와 닛산 모델을 함께 생산할 수 있는 부산공장의 장점이 두드러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용인에 있는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의 역할도 아시아 지역을 넘어 르노그룹 내 핵심 연구개발(R&D)기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조직 개편이 물량 배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로그의 생산 연장을 그룹 내 제안하려 하고 있지만, 노조 파업이 길어지다 보니 이 같은 이야기도 꺼내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로그는 닛산의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로, 2014년부터 부산공장에서 위탁·생산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만7245대가 생산됐다. 이는 부산공장 전체 생산량(22만7577대)의 47.1%에 이르는 수준이다. 계약만료는 오는 9월이지만, 아직 후속 물량은 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르노삼성 노동조합은 임단협과 관련, 사측의 불성실한 태도를 규탄하며 부분파업에 나섰다. 사진=르노삼성 노조 제공
한편 노조는 이날부터 22일까지 작업 구역별로 지명파업을 벌인다. 지명파업은 노조에서 지명한 근로자나 작업 공정별로 돌아가며 파업하는 방식이다. 이는 그동안 노조 주·야간 작업조가 각각 일정 시간 모든 공정을 멈춰 세우던 것과 다른 형태다.

노조는 20일에는 조립 공정과 주·야간조 4시간씩 하루 8시간 파업한다. 21일과 22일에는 조립, 도장, 차체 공정의 구역을 나눠 지명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노사는 지난해 6월 상견례를 가진 뒤 임단협을 벌이고 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9개월간 날 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 집중교섭이 결렬된 이후에는 협상 기일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집중교섭 당시 노사는 임금인상 부분에서는 일정부분 합의점을 찾았다. 반면 작업 전환배치 때 노조 합의를 얻어야 하는 안과 노동 강도 완화를 위해 신규직원 200명을 채용하는 안 등을 놓고는 이견만 확인했다.

사측은 이번 지명파업이 사실상 전체파업과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 라인 생산 방식의 특성을 고려, 부분적으로만 파업이 이뤄져도 차량이 출고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지명파업을 포함, 노조의 누적 파업시간은 192시간이다.

사측은 노조의 파업으로 2100억원 이상의 피해액이 발생, 부산공장 가동률도 40%대로 떨어지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협력업체들도 울상이다. 전날 부산시는 르노삼성 협력업체 등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노사 갈등이 지속되면 지역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르노삼성에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르노삼성의 시장 점유율과 신차 물량 배정 등을 고려, 르노그룹 측에 노사가 화합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면서 “파업이 이어지면 존립에 대한 부분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노사가 하루 빨리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위원은 “갈등이 이어질수록 르노삼성에 유리한 것은 없다”면서 “신차 물량 등에 대한 결정권은 르노그룹이 갖고 있어 노사가 합리적인 선에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