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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국내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가 KCGI의 주주제안 자격을 놓고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 서울고등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이 KCGI가 제기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안건상정가처분 인가’ 결정에 불복해 항고한 가운데, 이와 관련한 서울고등법원의 2심 결과가 20일에 나올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한진칼과 KCGI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KCGI 측은 상법 제363조의2(주주제안권 관련 일반규정)의 요건을 갖추고 있어 주주제안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상법 제363조의2에 따르면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 수의 3% 이상을 갖고 있는 주주는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기 6주 전까지 안건을 제안할 수 있도록 돼 있다.

KCGI 측은 지난 2004년 대법원의 판결도 인용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6개월 보유 기간 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상법 일반 규정상 요건을 갖추면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한진칼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한진칼 측은 상법 제542조의6(소수주주권)을 근거로 상장회사의 경우 6개월 전부터 계속해 0.5%의 주식을 보유해야 주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상법 제542조의6에 따라 KCGI가 소수주주권 가운데 주주제안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주주제안서 송부 시점인 2019년 1월31일 기준보다 6개월 이전인 2018년 7월31일 이전에 한진칼의 지분을 보유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진칼 측은 KCGI가 설립한 그레이스홀딩스 등기 설립일이 2018년 8월28일이기 때문에 지분 보유 기간이 6개월이 되지 않아 KCGI는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진칼은 또한 해당 법 조항에 포함된 ‘13절 상장회사에 대한 특례’가 같은 장 다른 절에 우선 적용하도록 규정돼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2009년 상법 개정 당시 신설된 이 절에서는 상법 제542조의2를 통해 ‘이 절은 이 장 다른 절에 우선해 적용한다’고 명기돼 있다. 동일한 상법 제4장 제363조의2(주주제안권 관련 일반규정)보다 13절 상장사 특례규정인 제542조의6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진칼 측은 KCGI가 인용한 대법원 판결이 최근 뒤집혔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은 2015년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주총 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상장회사 특례 규정이 존재하는 경우,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특례 규정만 적용되고 일반 규정은 적용이 배제된다”며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당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대법원 상고를 하지 않아 패소가 확정됐다.

일부 법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KCGI가 주주제안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2009년 개정된 상법에 상장회사 특례규정이 명문화돼 있는데다, 굳이 일반규정을 적용하려면 개정 상법에 이 특례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이번 KCGI의 주주제안 자격에 대한 2심 결과가 국내 상장회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판례가 될 수 있는 만큼,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이런 혼란과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이번 상급 법원에서 보다 명확하고 설득 가능한 판단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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