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지나친 요구" 국민연금 등 잇따라 '반대' 의견 내놔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데일리한국 DB
[데일리한국 박준영, 최성수 기자] 사흘 앞으로 다가온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예고한 미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수세에 몰렸다.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에 이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까지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엘리엇은 주주제안 안건을 수정하는 것을 고려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19일 현재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은 오는 22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총 전 막강한 지지세력을 확보해놓고 있는 분위기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를 비롯,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현대차의 지원군으로 나섰다. 또한 현대차(8.70%)와 현대모비스(9.45%)의 2대 주주로, 실제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민연금도 엘리엇에 등을 돌렸다.

업계 전문가들은 엘리엇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제시한 배당 확대 요구가 무리하다고 판단,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주총은 현대차그룹이 승기를 잡을 수 있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의결권 자문기관들에서 엘리엇의 배당요구가 지나치다는 의견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며 “현대차가 제안한 사외이사들에 대한 결격사유가 나오지 않는 이상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주주들이 많이 따라가는 의결권 자문기구들이 현대차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이라며 “현대차가 이길 것이라고 보는 게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인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민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현대차의 손을 들어준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고, 주주로서도 엘리엇이 제시한 것보다는 현대차의 장기적인 펀더멘털 발전 쪽이 주가에 더 도움이 되리라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판세가 현대차그룹으로 기울어진 가운데 엘리엇 측은 주주제안 안건을 수정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단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경영 심각성에 상응하는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엘리엇이 제시한 안건은 배당 확대(보통주 1주당 기준 현대차 2만1967원, 현대모비스 2만6399원)와 사외이사 추천권 확보다.

엘리엇 관계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경영 심각성에 상응하는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주주제안 안건을 수정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대차그룹은 자본분배 및 경영구조 개선 방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 건설적인 논의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리엇은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6%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특수관계인지분을 포함해 각각 29.11%, 30.17%에 이른다. 외국인지분은 현대차 44.6%, 현대모비스 46.37%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문제는 주총 그 다음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지난해 3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지만, 엘리엇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정의선 부회장은 그해 5월 새로운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번 주총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로 선임, 그룹 컨트롤타워의 정중앙에 앉게 되는 만큼 업계 전문가들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단 지난 개편안이 주주들의 반발로 좌초된 만큼 ‘신뢰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주총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주주의 권리를 강화한 내용을 담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수익모델을 극대화해 실적을 개선하면서도 주주들의 배당을 높일 수 있는 안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014년 이후 5년 동안 진행된 실적악화, 한전부지 매입건 등으로 주주들의 신뢰를 잃었다”면서 “회복에 대한 징후가 보여야 주주들도 지지할 수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이 이번 주총에서 이긴다고 해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천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위원은 “공정위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 이전보다 주변 환경은 좋아졌다”면서도 “주주들이 원하는 방향은 또 다를 수 있으므로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