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행 SK건설 부회장 '집으로'…이임식 여부 결정 안돼

해외사업 수익성 위주 접근 전망…올해말 조직개편 가능성

안재현 SK건설 신임 사장. 사진=SK건설 제공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임기(2021년 3월24일)를 2년 넘게 남겨둔 조기행 SK건설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했다.

지난 6일 SK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안재현 SK건설 사장(COO)이 새 최고경영자(CEO)가 되면서 자리를 물려주게 된 것. 그룹 인사 직후 조 부회장이 고문으로 간다는 말이 있었지만 결국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인사를 두고 SK건설이 시공하는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이 지난 7월 붕괴해 수천명의 이재민과 사상자가 발생한 만큼 그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추측컨대 라오스건 때문이라도 상징적으로 이벤트를 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기에다 SK건설의 실적 악화도 이번 인사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조 부회장이 나홀로 이끌었던 지난해 SK건설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6조4398억원이었으며, 영업이익(2023억원)과 당기순이익(555억원)도 전년 동기대비 8%, 36%씩 줄었다. 올해 3분기도 매출액은 1조45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25억 8479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4% 줄었다.

이에 대해 SK건설 관계자는 “딥 체인지 가속화를 위한 세대교체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조 부회장의 이임식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으며, 공식적인 이임식은 없다는 게 SK건설 측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국내외 사업을 총괄하는 안재현 사장이 이끌 SK건설의 향후 전략은 어떻게 펼쳐질까.

우선 ‘해외통’으로 꼽히는 안 사장은 내년 국내 주택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사업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52세인 안 사장은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 와튼스쿨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을 마쳤다. 이후 1987년 대우에 입사, 2002년 SK로 옮긴 뒤 SK구조조정추진본부, SK D&D 대표, SK건설 글로벌마케팅부문장, SK건설 인더스트리 서비스 부문장, SK가스 경영지원부문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또, SK건설이 그동안 추진해온 개발형사업에도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점쳐진다.

개발형사업이란 대규모 인프라 및 발전 프로젝트를 위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뿐만 아니라 관련 인허가 및 계약 등 사업 전반에 필요한 요소들을 수행하고 조율하는 사업이다.

SK건설은 경쟁이 심화되는 사업환경에서 전통적인 EPC(설계·조달·시공) 경쟁입찰보다 수익성이 좋은 개발형사업 위주로 수주활동을 전환해가고 있는 만큼 이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업계와 재계 일각의 분석이다.

아울러 SK건설은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등 회사 체질 개선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임영문 SK건설 경영지원담당사장(CFO)은 안 사장을 도와 SK건설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내실 다지기를 이끌 것으로 관측된다.

윤덕균 한양대 교수(산업공학)는 “SK건설은 생존전략 차원에서 해외에서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위주로 수주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하면서 “여기에다 내년도 국내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다소 늘긴 했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국내 건설경기도 불투명한 만큼 내실경영에 초첨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SK건설 관계자는 “해외통인 안재현 사장이 선임된 만큼 SK건설이 내년 해외사업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봐도 될 것”면서 “조직개편은 올해말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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