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특허만 1만3000여개…연간 R&D투자만 1100억원

"특허기술을 잘 지키는 것이 한국 산업이 가야할 길"

특허팀, 세계 곳곳서 소송전…"200여 특허 소송 '무패'"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서울반도체 본사. 사진=박현영 기자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서울반도체 본사에 들어가면 공항검색대 이상의 보안 절차를 통과해야 무사히 나올 수 있다. 금속 탐지기는 물론, 가방 검사까지 철저하다. 이같이 보안이 철저한 이유는 그만큼 소중히 지켜야 할 기술이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10일 서울반도체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반도체는 매년 매출액 대비 10%가량을 R&D(연구개발) 투자금액으로 쏟아붓고 있다. 최근 5년간 투자액만 5000억원이 넘어섰으며, 올해도 약 11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글로벌 LED 기업들의 R&D 투자액이 매출대비 5%가 안 되는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수준이다.

이같은 R&D 투자는 보유 특허 건수로 나타났다. 2018년 현재 서울반도체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 등록수는 1만3000여개에 달한다. 이는 1992년 창립한 서울반도체가 매년 평균 500여개의 특허를 등록해야 보유할 수 있는 수치다.

그 결과 2013년엔 LED제조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미국전기전자학회(IEE)에서 발표한 '2013년 반도체 제조 부문 특허경쟁력' 순위권에도 이름을 올린바 있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분야 전문기업이 살아남고 경쟁을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술력 확보와 그 기술을 뺐기지 않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서울반도체는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기술을 지키기 위한 의지도 강하다”고 말했다.

TV 백라이트의 핵심 기술. 자료=서울반도체 제공
◇ 특허 기술을 지키고 싸우는 길, 한국 산업이 가야할 길

최근 서울반도체는 미국 대형 가전전문 유통사인 프라이즈 일렉트로닉스에 공식적으로 선전포고를 하고 치열한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프라이즈가 판매 중이 TV 제품들이 서울반도체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서울반도체가 주장하는 특허 침해는 Wicop 기술, 렌즈, 백라이트 시스템 등 19개에 달한다.

국내 중견 LED 전문기업이 미국의 대표적인 가전 전문유통회사를 상대로, 그것도 미 현지에서 소송전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서울반도체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사실 많은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외국 기업이 무단으로 사용해도 대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울반도체는 적극적으로 외국 기업들과 소송전을 벌이고 대응, 국내 기업 및 산업에 본보기를 보이고 있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는 “우리는 돈만 쫓는 기업이 아니다. 소나기(각종 소송전)를 맞아가면서도 LED 산업 등 국내산업이 가야할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일렉트로닉 선정 “올해의 제품상 2018” 금상을 수상한 서울반도체. 사진=서울반도체 제공
◇ “전문기업이 전문기술을 뺏기면 안돼”

2000년대 초반 서울반도체는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아닌 소송을 방어하는데 회사의 사활을 걸었다. 당시는 서울반도체가 연간 40%의 성장률을 거두며 글로벌 LED 시장에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할 때다. 그러자 기존 LED 시장을 지배하던 글로벌 기업들은 각종 견제의 수단을 들고 나와 방해를 했다.

먼저 일본 니치아, 필립스, 오스람 등 LED 업계 1~3위 기업들은 서울반도체에 잇따라 특허소송을 걸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의 특허 소송들은 LED 기술에 대한 것이 아닌, 포장재 등 디자인 침해부터 출발했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당시 글로벌 기업들은 굳이 특허소송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걸면서 서울반도체의 ‘싹’을 자르려고 한 것처럼 보였다”며 “소송에서 물러서면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모든 기술을 다 뺐길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당시 이정훈 대표도 글로벌 기업들의 소송이 디자인 문제가 아닌, 서울반도체 기술 전체에 대한 위기라고 진단했다. 디자인 소송을 당한 제품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서울반도체의 명운이 걸어야 할 시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반도체는 서둘러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글로벌 기업들의 소송에 정면 돌파하기로 결정했다. 소송전에 투입한 금액만 600억원에 달하며, 5개국에서 30여개의 소송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소송에 져서 망하는 거나, 소송을 하지 않아 경쟁기업보다 전문기술에서 밀려 망하는 것이나 같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이 대표와 1000여명의 직원들은 글로벌 대기업과 정면 대결을 시작했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6년간 소송은 이어졌다. 서울반도체는 모두 승소했다.

결과적으로 니치아는 서울반도체와 공동라이센스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러한 소송전과 승소 경험은 서울반도체가 보유 기술과 특허에 대한 중요성에 더욱 신경을 쓰게된 계기가 됐다.

변호사와 변리사로 구성된 서울반도체 특허팀은 전세계 곳곳을 직접 다니며 특허 보호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200여건이 넘는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결과가 나온 판결은 모두 승소, ‘무패’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현재 진행 중인 미국 프라이스 소송 외에도 3~5건의 특허 침해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서울반도체 IT 사업부 부사장은 “우리의 특허에 대한 집념이 세상의 청년 창업인들과 중소기업들에게 좋은 성공 스토리로 전해져 희망의 모습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