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량형총회, 암페어·켈빈·몰도 재정의

산업 분야 정밀도 높이는 데 기여…일상 영향 '미미'

SI 기본단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데일리한국 조효민 기자] 질량의 단위인 '킬로그램'(㎏)의 정의가 130여년 만에 변경됐다. 전류, 온도, 물질의 양 단위인 '암페어'(A), '켈빈'(K), '몰'(mol)에 대한 정의도 이날 함께 개정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개최된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국제단위계(SI)의 7개 기본단위 중 질량, 전류, 온도, 물질의 양 총 4개 물리량에 대한 단위가 새롭게 정의됐다고 16일 밝혔다.

국제단위계는 미터법을 기준으로 확립한 도량형 체계로 초(s), 미터(m), 킬로그램(kg), 암페어(A), 켈빈(K), 몰(mol), 칸델라(cd)가 SI를 구성하는 기본단위에 해당한다.

개정된 단위의 정의는 내년 5월 20일(세계측정의 날)부터 공식 사용될 예정이다.

SI는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로 규정돼 1960년 CGPM에서 국제표준으로 채택한 오늘날의 단위체계다. SI는 7개의 기본단위와 여기에서 파생된 22개의 유도단위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 미국, 미얀마, 라이베리아를 제외한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법정단위로 채택하고 있다.

SI의 궁극적인 목표는 불변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 정의된 4개 단위들은 그만큼 충분히 안정적이지 못했다.

예를 들어 킬로그램은 1889년에 백금과 이리듐 합금으로 만든 ‘국제킬로그램원기’의 질량으로 정의돼 왔다. 하지만 100년 이상이 지난 지금, 원기의 질량이 수십 마이크로그램(㎍) 변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단위가 불안정하고,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일상생활과 모든 산업 현장에서 이뤄지는 측정값을 신뢰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에 미터협약 가입 국가의 대표들이 참석한 이번 CGPM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SI 기본단위 재정의 안건에 대한 의결이었다.

최종 투표 결과, 참여한 정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4개 기본단위(kg, A, K, mol)의 재정의가 확정됐다.

이번 안건의 핵심은 7개 기본단위의 정의에 기본상수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플랑크 상수(h), 기본 전하(e), 볼츠만 상수(k), 아보가드로 상수(NA)라는 고정된 값의 기본상수를 기반으로 단위를 정의함으로써 안정성과 보편성이 확보된 ‘불변의 단위 정의’가 실현됐다고 표준과학연구원은 설명했다.

이번 단위 재정의가 연구 및 산업 분야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는 기여하지만 일상생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표준연의 설명이다.

KRISS 박연규 물리표준본부장은 “4개 단위의 정의가 한꺼번에 바뀌는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라며 “단위를 새롭게 정의하고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의 유무가 과학기술 선진국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