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생적인 환경·안전도 C등급 등 우려

옛 시장, 17일 이후 추가 강제 퇴거조치

지난 9일 물과 전기가 끊긴 옛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한 점포가 촛불을 켠 채 장사하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김임권 수협중앙회 회장이 옛(舊) 노량진수산시장을 불법 점유하고 있는 상인들을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와 물을 끊는 조치에 대응, 발전기를 가설하고 수도를 복구하려는 시도 등에 대해서도 물러서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김임권 회장은 15일 노량진수산시장 정상화 현황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법 위에 군림하는 불법 상인들에 맞서 어민의 재산과 권익을 보호하는 데 힘쓰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옛 시장에 남겠다는 상인들의 편에 서서 신(新)시장으로 이전하는 것을 막고 있는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에도 경고했다.

김 회장은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이라면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힘없는 어민인지, 수억의 매출을 올리는 불법 상인인지부터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협에 따르면 노량진수산시장 내 판매 점포당 평균 임대료는 연간 487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연간 평균 매출액은 2억9900만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어업으로 소득을 얻은 가구당 매출액인 2669만원보다 2억7231만원 많은 수준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어민들의 연평균 어업소득이 2700만원에 불과한 데 반해 불법으로 옛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인들은 한 해 수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면서 “이들은 3년 동안 막대한 이익을 지키는 데 혈안이 돼 어민들의 자산인 노량진 수산시장에 수백억의 손실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물과 전기가 끊긴 옛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파이프를 통해 바닷물이 한 점포에 공급되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김 회장은 또한 옛 시장이 불법 사각지대에 놓여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옛 시장 상인들이 점유하고 있는 곳은 ‘시장’이 아닌 시민안전과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흉물’일 뿐”이라면서 “옛 시장 전역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지 않는 것은 이들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설명했다.

수협에 따르면 1971년에 지어진 옛 시장 건물은 2004년 건물안전사고 위험평가에서 안전등급 C등급을 받았다. 오래 돼 균열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부식 등도 이뤄지고 있다. 쥐와 해충 등에 대한 구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세먼지 등 실외 공기 속 오염물질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여기에 명도집행을 통한 강제퇴거조치를 4차례 무산시킨 데 따른 조치로, 수협은 지난 5일부터 옛 시장 전역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일부 상인들은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공급하고 있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몇몇은 촛불을 켠 채 장사하고 있다. 또 바닷물을 파이프나 수레에 옮겨 수조에 붓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옛 시장은 14년 전 건물안전사고 위험평가 당시 C등급을 받은 건물로, 이젠 사용 불가 수준에 이른 상태”라면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수산물이 판매되고 있어 식품안전사고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일 물과 전기가 끊긴 옛 노량진수산시장 사이를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한편 수협은 지난 9일 오후 5시까지 신 시장 잔여 자리 입주 신청을 마감했다. 옛 시장에 남아있던 258개 점포 가운데 49.2%에 이르는 127개 점포는 신 시장으로 이전하겠다는 서류를 냈다.

전날까지 127개 점포 가운데 74.0%에 이르는 94개 점포가 신 시장으로 이전했다. 옛 시장에는 131개 점포가 남아있다. 수협은 오는 17일까지 신 시장 이전과 관련한 업무 지원 절차를 마무리하고, 옛 시장에 남은 상인들에 대해선 명도집행을 통한 추가 강제퇴거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수협 관계자는 “옛 시장에 잔류하겠다는 상인 가운데 몇몇이 ‘마감 기한을 17일로 알고 있었다’면서 뒤늦게 시장에 입주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면서 “관련 내용을 수십 차례 안내했었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수용 불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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