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가운데)이 15일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창훈 기자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달려졌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의 이른바 ‘13조원 혈세 투입 논란’과 ‘저가 수주 논란’ 등에 대해 정면 반박하면서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의 현재 모습에 대해 “정상화 문턱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정 사장은 15일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대우조선의 13조원 혈세 투입 논란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불만이 많다”며 “대우조선이 엄청난 혈세를 지원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실제 이상으로 지원 금액을 부풀려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실제 캐시(현금)로 차익금으로 갖고 있는 것은 1조원 정도”라며 “13조원은 구경도 못했고, (13조원 혈세 투입 논란에 대해) 조금 억울한 마음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근모 대우조선 부사장(재경본부장) 역시 “증자 및 출자 전환을 제외하면 실제 지원 자금을 차익금으로 쓰고 있는 부분은 1조원”이라고 언급했다.

정 사장은 이날 대우조선이 저가 수주를 하면서 적자는 누적되고 회계 상으로만 이익을 내고 있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도 “적자를 내는 회사가 흑자를 내는 회사보고 저가 수주한다고 하면 상식적으로 통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저희가 수주를 하려면 내부적으로 ‘수주 적정선 검토 위원회’를 두 번이나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내부적으로 공인된 검토 과정을 거쳐 계약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가 수주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며 “‘내가 수주하면 실력으로 수주하고 남이 수주하면 저가’라는 주장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을 환자로 비유하면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상태”라며 “대우조선의 현재 모습은 정상화 문턱을 넘어섰다”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강조했다.

정 사장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가운데 4200억원 정도가 원가 절감과 생산성 안정을 통한 영업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가장 최악인 2015년과 비교하면 생산성이 25% 정도 향상돼, 역대 최고치”라며 “생산 안정이 유동성 문제 해결에 큰 기여를 해 11년 만에 영업현금이 플러스로 전한됐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의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자구 계획이 9000명까지 인원을 조정 하는 것으로 실제 짜여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당시 예측하고 지금의 상황은 편차가 벌어지기 때문에, 자구 계획 자체를 현실성 있게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자구 계획 당시 세웠던 7조5000억원의 매출과 올해 실제 매출액은 2조원의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당시 계획보다) 훨씬 상회하는 매출이 시현되지 않을까 생각이 되기 때문에, 내년 매출 목표에 따라서 인원에 대한 구조조정도 재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오히려 정 사장은 “지금 같은 인적 구조를 갖고 우리가 경쟁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며 “미래를 책임지는 R&D(연구·개발)를 보면 젊은 인재가 너무 많이 빠져 나갔고, 어떠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인력 충원에 대한 의견을 내비쳤다.

정 사장은 수주 잔량에 대한 질문에는 “전 세계 단일 조선소로 가장 많은 수주 잔량을 갖고 있다”며 “현재 선박에 대해 2020년 하반기까지 완료가 됐고, 올해 말까지 영업이 성과를 거두면 2021년 상반기 물량까지 다 소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정 사장은 기존 ‘빅 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체제인 국내 조선 산업을 ‘빅 2’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대우조선 사장의 입장이 아니라 조선인으로서 전 세계 조선 수요와 공급, 국내의 국가적인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보면 ‘빅 2’ 체제로 가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다만 정 사장은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중에 어떤 기업과 합병될 것인지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는 “채권단과 정부의 산업 정책 차원 고려가 있기 전까지는 말씀 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정 사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 당시 국내 조선 산업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빅 2’ 체제로 재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에 인수·합병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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