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13일로 정부가 고강도의 9·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한달이 지났다.

수요자들에게 민감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대출 및 신규 주택임대 규제 등 종합처방의 규제책인 만큼 서울 부동산 시장의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대책 이후 한 달간 매매가격 상승폭이 대책 발표 전 한 달과 비교해 3분의 1 이하로 축소됐다.

다만, 개발 호재도 많고 서울 접경지이자 비규제지역인 김포, 부천 등은 집값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당분간 매수 문의가 줄어들면서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에 더해 연내 금리 인상까지 현실화되면 추후 이자 부담이 늘어나 주택 구매를 미룰 가능성이 큰 데다 주택 보유에 대한 세금 부담까지 늘어나 대기수요를 막았기 때문이다.

15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서울 아파트의 매수우위지수는 104.8로 지난 7월30일(102.6) 수준으로 떨어지며 두달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수우위지수는 부동산중개업체 300여곳을 대상으로 주택 매도자와 매수자 가운데 어느 쪽이 많은지를 확인해 산출하는 수치인데,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매수자가 많다는 뜻이고, 기준 아래면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9·13 대책 발표 전인 지난달 3일 171.6까지 치솟으며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매주 하락세를 보이며 최근 7월 말 수준으로 회귀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매수우위지수는 곧 100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서울 아파트 가격 오름폭도 주춤하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9·13 대책 발표 이후 한 달간 서울 아파트값은 0.86% 올랐다. 이는 대책 발표 직전 한 달의 2.82%에 비해 오름폭이 3분의 1 이하로 둔화된 것이다.

대책 발표 전 한 달간 3.19% 올랐던 송파구는 대책 발표 이후 0.77%로 오름폭이 줄었고 강남구는 2.24%에서 0.90%, 서초구는 2.23%에서 0.95%로 각각 상승폭이 감소했다.

강북 비투기지역 아파트값도 오름세도 축소되고 있다. 대책 발표 전 한 달간 4.41%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성북구는 발표 후 1.45%로 오름폭이 둔화했고, 강북구는 4.23%에서 1.15%로, 노원구는 4.03%에서 2.23%로 오름폭이 각각 줄었다.

9·13 대책 서울 집값 오름세가 주춤한 가운데 수도권 비조정대상지역 아파트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일 기준 경기도 아파트값은 0.1% 올라 전주(0.02%)보다 상승폭이 다시 커졌다.

부천시는 지난주 0.36% 오르며, 2013년 10월 세 번째 주(21일 기준, 0.38%) 이후 5년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1,7호선 역세권 개발 등 교통 호재 때문으로 풀이된다.

3기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된 김포는 지난주 0.19% 오르며, 전주(0.04%)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수도권 비조정대상지역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규제지역 보다 대출이 상대적으로 쉽고, 세금 부담이 덜한 데다 교통 호재 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가 '뚜렷'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종부세 등 보유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므로 새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자들에게 매수세 감소 효과를 줄 수 있다”며 “앞으로 금리가 추가적으로 인상이 될 경우 보유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서 매물 출회가 커질 것으로 보이고, 추후 공급계획들이 입지 좋은 곳 중심으로 속도를 내면 서울 집값 진정세는 당분간 이어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단기 고점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경계심리가 작동하면서 상승세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수요자들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작동하면서 기존 매매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규 분양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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