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승무원 직접고용 피하기 위해 서비스 업무만…승무원 안전교육 '소홀'

철도노사전문가협의회 "코레일, 승객안전 위해 승무원 직접고용 해야"

사진=코레일관광개발 제공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KTX 승무원들은 한 달에 평균 두세번씩 고통을 호소하거나 갑자기 쓰러지는 승객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15일 철도노조가 KTX 승무원들이 겪은 긴급 상황을 취합한 ‘열차 내 이례상황 발생 사례’에 따르면, 승객들의 호흡곤란과 복통, 의식불명, 경련, 간질, 저혈당 등 응급 상황은 물론, 자살시도, 열차내 화재 및 소음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러한 열차내 긴급상황을 빨빠르게 대처한 승무원들은 모두 코레일의 업무매뉴얼을 위반한 것이다. 승무원들은 업무상 서비스 업무를 주로 하며 안내방송과 정보전달만 하도록 제한돼 있다. 승무원들이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한 행동들은 모두 본연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인 셈이다.

철도안전법에 따르면 여객 승무원은 안전업무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철도안전법 제40조의2(철도종사자의 준수사항)에는 “철도사고등이 발생하는 경우 해당 철도차량의 운전업무종사자와 여객승무원은 철도사고 등의 현장을 이탈하여서는 아니 되며,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후속조치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적시됐다.

철도안전법 시행규칙 제76조의6(철도사고등의 발생 시 후속조치 등)에도 여객 승무원들은 △사고 상황 전파, △안내방송 실시, △여객 안전 확보 및 대피 △비상문 개방 △응급환자 응급처치 및 이송 등 안전업무를 하도록 돼있다.

◇ 열차팀장은 코레일 소속, 승무원들은 자회사 소속...승객안전 업무담당 분리?

현재 KTX 승객의 안전을 챙기라고 지정된 담당자는 열차팀장 1명뿐이다. 이는 결국 1분1초가 급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열차내 1000여명이 넘는 승객(18호차, 정원 1043명 기준)을 1명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 열차에 같이 탑승한 승무원 3명은 팀장을 보조만 하라고 규정돼 있다.

철도업계 안팎에선 코레일이 정규직 직접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KTX 승무원들을 안전업무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KTX 승무원들은 모두 코레일 자회사인 ‘KTX관광개발‘ 소속이다.

앞서 코레일은 2004년 KTX 승무원을 계약직으로 채용할 때 2년 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코레일은 계약직으로 2년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KTX 승무원들을 자회사로 넘겼다. KTX 승무원들이 안전업무를 담당하지 않고 서비스 업무만 하기 때문에 직접고용을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도 자회사 소속인 KTX 승무원들은 서비스 업무만 하도록 규정돼 있으며, 사고 발생시 안내방송과 열차팀장을 보조하는 업무만 할 수 있다. 최근 코레일이 국민의 생명·안전업무와 관련된 업무 종사자를 코레일로 직접 채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승무원들은 배제됐다.

그럼에도 승무원들은 열차 내에서 묵묵히 승객안전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 본사 소속인 ‘열차팀장’은 소속과 역할이 다른 ‘객실승무원’에게 업무지시 등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승객 안전을 다루는 업무인 만큼 열차팀장과 승무원이 협업해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KTX 승무원의 설명이다.

김승현 철도노조 조직국장은 “자회사 소속인 KTX 승무원들은 열차팀장 지시를 받을 수 없고 안전업무도 할 수 없지만, 긴급상황 발생시 팀장의 지시를 거부하는 승무원은 한명도 없다”며 “KTX 승무원들은 매일 수많은 승객을 마주하고 이례적인 상황을 겪지만 모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코레일의 업무지침으로만 보면 KTX 승무원 모두는 업무 외적인 일을 하는 ‘월권’과 열차팀장 지시를 받는 ‘불법파견’ 등 해서는 안될 일을 하고 있다”며 “승객과 가장 가까이서 근무하는 승무원들의 업무에서 승객안전 업무를 제외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조직국장은 안전에 많은 신경을 쓰는 항공기과 비교해도 KTX 승무원의 업무가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항공기 승무원들은 항공보안(난동승객 대처 등), 심폐소생술, 비상탈출, 비상장비, 화재진압 훈련 등 안전교육이 필수이며, 엄격히 이수되고 있다. 반면 항공기보다 더 많은 승객이 탑승하는 KTX의 승무원들은 안전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는 것이다.

현직 KTX 승무원에 따르면 열차 객실승무원들의 안전교육은 실습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일부는 인터넷 영상으로 교육을 대체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진 안전교육을 정규 교육시간으로 지정하지 않아, 승무원들은 교육을 받기위해 따로 휴무일에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조직국장은 “KTX 승무원들은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받고 안전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며 “승무원들 업무에서 안전을 배제한 채 안전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사실상 승객들 안전은 승무원들이 챙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코레일 철도노사전문가협의회는 코레일 자회사 소속인 승무원 553명에 대해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코레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승무원들이 사실상 생명과 안전 관련 업무를 하고 있으며, 안전 업무를 할 경우 직접고용을 해야할 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노사전문가협의회는 코레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식을 결정하기 위해 노조, 회사, 전문가로 구성된 합의기구다.

철도노조 측은 “지난 6월27일 노사 양측이 서명한 노사합의서에 따라 자회사 위탁 업무의 직접고용 여부는 전문가 조정안을 따르기로 했기 때문에, 이번 전문가 조정안은 사실상 노사전협의회의 공식 결정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KTX 승무원들도 15일 코레일에 승무원 직접고용 촉구를 위한 피케팅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문가 조정안이 나오긴 했지만, 현재까지 코레일이 KTX 승무원들에 대우한 모습을 감안할 때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전문가 권고안 자체에 법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본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법개정이 된다면 철도안전을 위해서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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