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겨눈 사정 광풍 사실상 ‘일단락’ 분위기 곳곳에 감지돼

문재인 대통령, 기업 옥죄기에서 ‘기업 살리기’로 선회할까?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국내 기업에 휘몰아친 ‘사정 광풍’은 잦아들까, 아니면 또 다른 ‘사정 바람’이 새롭게 불어닥칠까. 현재로서는 여러 징후를 감안할때 사정광풍이 일단 잦아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데일리한국 자료 사진.

◇기업 겨눈 사정 광풍 사실상 ‘일단락’

11일 재계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됐던 기업 대상 사정 광풍이 사실상 일단락되고 있는 분위기다. 반년 동안 지속됐던 ‘한진그룹 사태’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만큼, 재계 안팎에서는 사정 광풍이 앞으로는 잦아들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5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하면서, 불구속 수사로 마무리했다. 조 회장이 배임 액수를 모두 변제하고, 출석 요구에 응해 성실하게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는 점인 감안됐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반년 동안 지속됐던 한진그룹 사태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11개 사정기관이 한진그룹 상대로 수사를 진행했고, 관련 압수수색 횟수만 18회에 달했던 만큼, 한진그룹에 대한 추가적인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재계 일각에서는 신동빈 롯데회장의 2심 선고 결과와 관련해 사정기관의 기업 대상 수사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약 8개월간 수감 생활을 하다가 지난 5일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만큼, 그동안 지속됐던 사정기관의 기업 대상 수사도 사실상 일단락된 것 아닌가 싶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당초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2심 결과가 기업에 대한 정부 인식 변화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신 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이 정부 인식 변화에 대한 일종의 ‘암시’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SK하이닉스 청주 공장(M15) 열린 제8차 일자리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일자리 만드는 것 기업”…‘기업 살리기’로 선회할까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SK하이닉스 청주 공장(M15) 준공식에 참석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올해 초에 “‘일자리는 민간이 만드는 것’ 같은 고정관념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기업의 일자리 창출에 대해 우회적으로 회의적인 발언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뚜렷한 변화라는 분석히 유력해보인다.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그룹 총수들이 특별수행단으로 방북하기도 했다. 당치 청와대는 전체 수행단 대비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방북 경제인단을 꾸려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향후 ‘친(親) 기업’ 정책 기조를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정부부처 안팎에서도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를 시사하는 사례들이 눈에 띄고 있다. 5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20대 국정감사의 증인이나 참고인 명단에서도 대기업 총수의 이름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당초 국내 4대그룹 총수들이 국감 증인으로 거론됐으나, 실제 증인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영은 사실상 의사 결정을 의미하는데,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사정기관의 수사에 대응하느라 의사결정을 할 여력이 없었다”면서 “기업이 적기에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지 않고, 투자를 독려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정부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기업이라는 점을 인정했다면, 이제라도 기업을 옥죄는 과도한 수사를 멈추고,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한다”면서 “정부는 기존의 일자리 정책을 면밀히 재검토하고,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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