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덴서의 구조 및 형태.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스마트폰이나 가전 등 전자기기 주요 재료인 '콘덴서'를 국내에 판매하는 9개 일본업체가 10년 넘게 담합을 벌였다가 적발돼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0년 7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일본 국적의 9개 콘덴서 제조·판매사들이 한국을 비롯한 여러국가에 공급하는 알루미늄·탄탈 콘덴서의 공급가격을 공동으로 인상·유지하기로 합의한 행위를 적발했다고 16일 밝혔다.

공정위는 해당 업체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360억9500만원을 부과하고, 4개 법인과 소속 임직원 1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업체별 과징금은 토킨 130억5100만원, 산요전기 76억6200만원, 루비콘 46억9100만원, 일본케미콘 42억1100만원 등이다. 적발된 업체 중 비쉐이폴리텍, 마츠오전기, 엘나, 일본케미콘 법인과 일본케미콘 소속 임직원 1명은 검찰에 고발됐다.

콘덴서는 전기 회로에서 전기를 축적하는 장치로, 스마트폰이나 가전 등 대부분 전자기기에 반드시 들어가는 핵심 재료다.

적발된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이나 환율 변화 등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동이 발생했을 때,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수요처와 개별적으로 협상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경쟁을 피하기 위해 담합을 벌였다.

이들은 임원급·관리자급 모임으로 카르텔 회의체를 만들어 가격경쟁을 자제함으로써 점유율을 유지하자는 기본 합의를 했다. 2000년부터는 정기적으로 모여 생산량, 판매량, 가격인상계획, 인상율 등 정보를 교환하고 상호 조절했다.

공정위 측은 “적발업체들은 담합행위가 법 위반 사실이라는 점을 인식했다”며 “이들은 사내에서 메일로 보고할 때조차 '읽은 후 삭제할 것',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할 것' 등의 메시지를 남기는 은밀한 방법을 썼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적발 업체들의 담합 결과로 삼성·LG 등 국내 대형 전자회사나 중소 회사에 공급하는 콘덴서 총 7366억원어치 가격 하락이 저지되거나 가격이 인상됐고, 완제품 가격이나 품질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쳤다.

공정위 관계자는 “10여년 이상 장기간 지속된 수입 중간재 시장에서의 반경쟁 행위를 차단시켰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조치로 인해 국내로 수입되는 고품질 알루미늄 콘덴서와 탄탈 콘덴서의 가격경쟁이 더욱 촉진돼 전자분야나 정보통신분야 등 전후방연관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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