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료 요구 시점, 계약체결 전 64.7%…서면 미발급 53.8%

정부 기술탈취 근절 대책 긍정 41.9%…‘과징금 등 강화 필요성

중소기업중앙회 회관. 사진=중기중앙회 제공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거래처로부터 자동차부품 개발 오더를 받아 약 1년 간 2억원을 투입해 부품과 설비까지 설계·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거래처에서 설계자료, 도면, 부품 그리고 특허 관련 자료 일체를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제공했는데, 얼마 후 우리가 개발했던 제품을 ‘양산하지 않는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습니다”

한 자동차 부품업체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기술탈취 실태 조사에서 이같이 밝히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16일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대·중소기업 간 기술탈취 실태 및 정책 체감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은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기술자료를 요구받는 경우가 많고, 기술자료를 제공하면서 서면도 제대로 발급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진행한 동 조사의 조사대상 501곳 중 17곳(3.4%)이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를 요구받았다고 응답했다. 대상 업종은 기계·설비(8.6%), 자동차(5.5%), 전기·전자(3.6%) 등 업종에서 비율이 높았다.

기술자료를 요구받은 시점은 계약체결 전 단계(64.7%)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계약 기간 중(29.4%), 계약체결 시점(5.9%)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술자료를 요구받아 제공한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13곳 중 7곳(53.8%)은 대기업으로부터 서면을 발급받지 않았다. 또 3곳(23.1%)은 서면을 발급받았으나 협의가 아닌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작성한 서면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중앙회는 기술자료를 제공했던 업체들이 분쟁에 휘말릴 경우 피해사실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A사의 경우 거래처에 납품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료 일체를 제공했는데. 기술자료를 다 넘기고 나니 우리가 개발한 제품을 양산하지 않기로 했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알고보니 거래처가 다른 협력업체로부터 이 제품을 납품받기로 계약했고, 거래처에서 우리 기술자료를 다른 협력업체로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중기중앙회는 이같이 계약 전에 기술자료만 넘기고 실제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은 피해사례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이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하는 이유(501개사, 복수응답)는 주로 불량(하자) 원인 파악(51.9%), 기술력 검증(45.9%)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밖에 납품단가 인하에 활용(24.6%), 타 업체에 기술자료를 제공해 공급업체 다변화(11.2%)하기 위해서라는 응답도 있었다.

자료=중기중앙회 제공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발표한 기술탈취 근절 대책이 기술탈취 근절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 대책이 도움이 된다는 응답(41.9%)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13.8%)보다 3배에 달했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 중에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대책으로는 과징금 상향 및 징벌적 손해배상 등 처벌강화(44.7%), 기술탈취 행위 범위 확대(22.8%), 기술임치·특허공제 지원제도 활성화(14.6%), 집중감시업종 선정 및 직권조사 실시(10.2%)등이 꼽혔다.

이재원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도 정부 대책이 기술탈취 근절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받으면 사실상 거절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서면을 발급해 권리관계를 분명히 하고 나아가 중소기업 기술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기술거래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중기중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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