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박 회장, 11억 공사비 떼어먹어"…박 회장 측 "사실 무근"

강원도 강릉시 소재 '정동진 썬크루즈호텔'의 앞의 다리 위(붉은색 동그라미)에서 박기열 승화썬크루즈 회장이 공사비를 받으러 온 협력업체 임원을 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정동진 썬크루즈 홈페이지 갈무리

[데일리한국 권오철·동효정 기자] 강원도 강릉시 소재 ‘정동진 썬크루즈호텔’을 소유한 박기열 승화썬크루즈 대표이사 회장(60)이 공사비를 받으러 간 협력업체 임원에게 욕설과 살해 위협을 동반한 폭행 등 갑질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중견 창호전문업체 A사의 전 임원 B씨는 회사가 승화썬크루즈로부터 발주 받아 2016년 11월부터 약 6개월 동안 진행한 정동진 썬크루즈호텔 증축 공사의 공사비를 받기 위해 지난해 5월 19일 오전 박기열 회장을 직접 찾아갔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B씨는 반나절을 기다려 썬크루즈호텔 인근 바닷가에서 박 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전했다. B씨는 “박 회장에게 오랫동안 기다렸으니 이야기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내달라고 요청했으나, 박 회장은 ‘이 XXX’라고 욕하며 ‘창피하게 하지 마라. 더 쫓아오면 저 바닷가에 확 빠뜨려버리겠다’고 엄포를 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박 회장은 증축 중인 썬크루즈호텔 신관 앞 바다 위로 놓여진 다리로 걸어갔고, 공사비를 받아내야 하는 입장인 B씨는 계속해서 박 회장을 뒤따라갔다고 한다. B씨는 “다리 중간쯤에 서 박 회장이 ‘XXX’라고 욕하면서 내 멱살을 잡았다. 다리 아래 바다에 빠뜨리려고 했고, 주춤하자 작업안전화를 신은 발로 내 다리를 걷어찼다”고 당시상황을 설명했다.

B씨는 “걷어차인 후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며 “만약 넘어지지 않았으면 아마도 바다로 밀렸을 것”이라며 당시의 아찔한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살해의 위협을 느꼈다”면서 “박 회장은 ‘신문이나 뉴스 봤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라면서 겁박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2011년에는 사업 관련 행정에 불만을 품고 강릉시청 당시 담당국장 집무실로 찾아가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징역 6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B씨는 공사비를 받는 데 지장이 될까 우려해 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고 1년 4개월 가까이 마음고생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 A사는 공사를 중단했다. 하지만 A사는 승화썬크루즈로부터 그동안 진행한 공사비 일체를 받지 못했고, B씨는 공사비를 받아내지 못한 책임 등으로 올해 5월, 30년동안 근속해온 정든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B씨는 “정동진에 크루즈호텔 2개가 지어지는 동안 아마도 나처럼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라도 피해자들이 더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서 고민끝에 언론에 제보하게 된 것"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창호전문업체 A사의 전 임원 B씨는 "지난해 5월 공사비를 받기 위해 박기열 승화썬크루즈 회장을 찾아갔으나, 박 회장은 내 멱살을 잡고 바다에 빠뜨리려고 하다가 다리를 걷어찼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B씨가 폭행을 당한 직후 부상 부위를 찍은 사진. 사진=B씨제공
A사는 지난해 9월 29일 승화썬크루즈를 상대로 인천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계약 당시 승화썬크루즈에 공사금액 12억3000만 원을 기재한 계약서 초안을 건넸다.

하지만 승화썬크루즈는 '공사완료일 지체 시 하루 당 1000만 원씩 공사대금을 공제한다'는 내용으로 계약서 초안을 수정하길 요구했다. A사는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거절했다. 하지만 정식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고 발주서와 견적서 등이 전달된 상황에서 공사는 진행됐다.

A사는 소장에서 "구체적인 공사내역과 공사금액이 기재된 견적서를 작성해 전달했고, 그 내용을 승화썬크루즈가 승인했다"며 "실제로 승화썬크루즈 감독 하에 공사를 착공해 대부분의 공사를 완성했기 때문에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A사는 "박 회장이 공사기간 도중 건축도면과 다른 평면도를 제시하거나 수시로 정당한 이유없이 재공사를 요구하는 등 공사계획을 변경해 차질을 빚게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A사는 중간에 공사를 중단한 것을 감안해 승화썬크루즈 측에 총 11억5000여만 원을 청구했다.

본지는 박기열 회장의 입장과 설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하고 메시지를 남겼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다만 승화썬크루즈 측은 A사에 대한 공사비 미지급 및 임원 B씨 폭행 등은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996년 8월 설립된 승화썬크루즈는 박기열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음식숙박업 등을 통해 지난해 매출액은 158억5000만 원이며, 영업이익은 56억2000만 원, 당기순이익은 49억7000만 원을 기록했다. 나이스기업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승화썬크루즈 직원 수는 9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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