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시민단체 등 잇따라 성명 “윤리헌장·강령 위반, ESG 우수기업 희화화”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 사진=DGB금융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이 캄보디아 상업은행 인가를 얻기 위해 현지 공무원들에게 로비 자금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그룹 안팎으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대구은행 노조 측은 빠른 시일 내 김태오 회장의 거취를 결정하라고 목소리를 냈고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김태오 회장의 퇴진, 비리 관련자 중징계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비판이 계속되면서 DGB금융이 강조해왔던 ESG경영도 무색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9일 금융·법조계 등에 따르면 DGB대구은행 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김 회장이 조속한 시기에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분초를 다투는 엄혹한 경영환경 하에서 재판과정에서 경영의 공백이 다시금 발생한다면 DGB는 영원히 생존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며 "향후 벌어질 평판 추락, 조직 구성원 사기저하 등을 감안할 때 책임있는 CEO로서 선택지는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한 3년 전 전임 박인규 회장이 비리·부정채용 혐의로 구속됐던 것을 두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한 감언이설로 CEO의 올바른 판단을 그르친 사례는 이미 3년 전에 치를 떨며 경험한 바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CEO로서 갖춰야 할 도덕성, 책임의식에 걸맞은 판단을 내리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이번 성명서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고 혹여 후배 직원, 지역민, 고객 바람에 어긋나는 길을 갈 경우 결말은 불 보듯 명백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는 지난 6일 김 회장 등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4~10월 대구은행의 캄보디아 현지법인 특수은행이 상업은행 인가 취득을 위해 현지 금융당국 등에 로비 자금 300만달러(약 35억원)를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DGB금융은 8일 대구지검의 공소제기 사실을 확인했다며 공시했다.

전임 회장에 이어 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대구지역 시민단체들도 연이어 비판 성명을 내놓고 있다. 우선 대구 참여연대는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와 김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현재 검찰의 수사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으로, 만약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중대한 문제다"라며 "대구은행은 전임 회장 때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사안이 재발되지 않도록 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을 기울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김 회장의 퇴진과 비리 관련자들의 중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 회장의 거취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면서 DGB금융이 강조해온 ESG경영도 무색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DGB금융은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평가에서 2년 연속 ESG 부문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또한 신용보증기금과 관련 협약을 체결하고 은행·비은행 계열사 성과평가에 ESG 항목을 단계적으로 반영하기로 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대구 경실련은 성명에서 "검찰이 불구속 기소한 김 회장 등 전·현직 대구은행 간부들의 비리는 DGB금융의 윤리헌장·윤리강령을 위반하고 부패방지 경영시스템을 무력화 한 것이다"라며 "올해 KCSG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수상한 실적을 희화화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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