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카오페이증권 '메기' 역할 가능성…차별화된 서비스로 수성 나서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견다희 기자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의 증권업계 진출을 앞두고 기존 증권사들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자산관리(WM),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접목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수성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가운데 ‘1호 마이데이터 사업자’ 선정된 미래에셋대우는 고객 특화 자산관리 서비스를 MTS와 연동해 제공할 계획이다.

마이데이터는 기업이 개인의 금융정보를 취합할 수 있는 권리를 위임받아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져 있는 고객의 각종 금융정보를 통합관리하는 서비스다. 기업은 개인의 금융정보를 활용해 재무현황 분석·신용관리·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등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다양한 기관에 흩어져 있는 신용정보를 한데 모아 체계적으로 분석한 후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디지털혁신본부에 마이데이터 신사업 추진을 위한 전담팀(TF)을 구성하고 자산관리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MTS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리서치 서비스 '에어(AIR, AI Research)'를 제공하고 있다. 에어는 AI 머신러닝 기법을 적용해 쏟아지는 투자정보들 중 의미 있는 뉴스를 선별, 계량분석을 활용해 양질의 투자정보를 뽑아서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

덕분에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된 중소형주의 다양한 정보를 적시에 분석한 후 제공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정보 부재를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AI가 투자를 진행하거나 조언을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TS에서 정액제 '프라임 클럽'은 KB증권의 노하우와 AI 알고리즘을 적용한 자산관리솔루션 '프라임 로보'를 운영해 포트폴리오 추천 정보를 제공한다.

앞서 지난해 10월 엔씨소프트·디셈버앤컴퍼니와 AI 간편투자 증권사 합작법인을 출범하고, 자산운용서비스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대신증권의 '벤자민'은 HTS와 MTS에서 AI 기술을 적용한 챗봇으로 고객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고객관리시스템(VOC)에 저장된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핵심 표준지식으로 분류하고 분석해서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답변을 찾아낸다.

2017년 765개의 답변 영역으로 시작한 '벤자민'은 현재는 2000개로 세분화·고도화되며 안내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움직임은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의 MTS 출시 대응전략으로 풀이된다. 신설 증권사가 주식 초보인 2030세대 입맞에 맞춘 MTS를 예고하면서 기존 증권사들도 플랫폼 경쟁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토스증권은 MTS 출시를 앞두고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사전 사용 신청자가 총 51만명에 이른다. 키움증권의 지난달 말 기준 활동계좌수가 303만 계좌인 점을 감안하면 반응이 뜨거운 셈이다. 그동안 토스가 보여준 ‘금융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토스증권은 토스가 보유하고 있는 1800만명의 회원을 기반으로 3년 안에 리테일 점유율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처럼 사전출시에서 얻은 뜨거운 반응에 지난 2000년 키움증권이 불러일으킨 온라인 주식거래 혁신처럼 토스가 제2의 메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기존 증권사의 MTS를 넘어 토스증권이 혁신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증권사들이 디지털과 금융을 융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현재도 앞선 증권사들은 챗봇을 활용해 고객 상담의 편의성을 높이고 로보어드바이저를 연동해 자산의 효율적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HTS와 MTS에 AI 기술 도입 등으로 브로커리지 외 WM과 IB사업 등 수익 다각화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익명화 처리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3법’이 시행되면서 AI 기반 서비스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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