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삼성전기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주력 생산 제품의 업황이 좋을 것이란 전망도 주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전기의 3일 종가는 16만3000원으로, 종가 기준 역대 최고가 기록인 2018년 9월4일과 같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인 지난 3월 삼성전기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코로나19 유행 한달 전인 2월19일 14만6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3월19일 8만5700원까지 급락했다.

코스피 상승과 더불어 삼성전기의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삼성전기의 주가는 11월 한달 동안에만 16.8% 가량 올라, 이 기간 코스피 수익률(14.3%)을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내년 주력 제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Multi-Layer Ceramic Capacitor) 수요 증가로 최대 실적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위축됐던 스마트폰 수요가 3분기 들어 개선되면서 '전자산업의 쌀' 이라고 불리는 MLCC 업황이 호전되고 있다.

최근 무라타, 타이요유덴 등 일본 MLCC업체의 가이던스 상향 조정과 주가 상승을 봐도 업계의 호황을 느낄 수 있다. 하반기 들어 스마트폰 시장의 소비가 개선되고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용 수요가 회복되면서 소형, 고용량, 상위업체 위주로 MLCC 제조업체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삼성전기는 3분기 실적이 견조하게 나타났다. 매출은 2조2879억원, 영업이익은 302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3%, 영업이익은 60% 증가했다.

5세대(5G)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점도 실적 기대를 높인다. 5G 스마트폰은 4G보다 MLCC 용량이 30% 가량 늘어난다.

내년 연간 영업이익도 2018년 이후 3년 만에 1조원대 회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25% 성장한 1조30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매출액은 9조4144억원으로 올해보다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내년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3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MLCC 수급 불균형 심화에 따른 실적 확대, 글로벌 경쟁사의 밸류에이션(기업 실적 대비 주가 수준) 상승을 반영해 삼성전기의 내년 영업이익이 1조740억원으로 올해(8190억원)보다 31.1%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MLCC 수급 불균형이 내년에 심화함에 따라 제품 믹스(혼합) 및 마진 확대가 예상되고 카메라 모듈 부문도 고객사 출하량 확대,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증가로 실적 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내년 MLCC 수요는 스마트폰·전자 장비 등 전방 산업 수요 개선으로 올해보다 약 15~20% 증가하겠으나 공급은 약 10% 안팎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수급 불균형이 더 심해질 전망”이라며 “고배율 광학줌 카메라 수요 확대, 관련 기술 경쟁력 기반의 고객사 다변화 가능성 등도 중장기 성장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기의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글로벌 MLCC 경쟁사와 비교할 때 최대 35% 낮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MLCC 글로벌 2위, 광학줌 카메라 모듈 등 카메라 모듈 기술 경쟁력 선도 업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쟁사와 비교할 때 과도한 저평가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경쟁사의 주가는 기존 고점을 20% 이상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기가 소외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무라타와 타이요유덴은 양호한 MLCC업황을 기반으로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며 "삼성전기와 지난 3년여 동안 상관계수가 0.83에 달하는 타이요유덴 역시 기존 최고가인 2018년 7월의 주가 수준을 뛰어넘은 4415엔에 거래됐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규모 친환경·재생에너지 투자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것도 삼성전기 주가에 호재가 될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와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에 앞으로 4년간 2조달러(약 2400조원)를 풀 계획이다. 전장용 시장 자체가 미국을 중심으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바이든의 기후변화 관련 공약이 실행되면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기차, 수소차 등 그린 산업 전반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미국 내 생산이 원칙이고 중국의 그린산업 관련 업체들은 배제될 가능성 높으므로 한국 기업들의 수혜 폭이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5G 스마트폰의 비중 확대로 대당 MLCC 탑재량이 증가해 스마트폰의 증가 폭을 웃도는 외형 성장이 기대될 뿐 아니라 올해 부진했던 자동차 수요도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전장화와 전기차 출하 확대로 MLCC 탑재량 역시 증가 폭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MLCC에 비해 사업 비중이 크지 않지만 반도체 패키지 기판도 '효자 상품'이 될 수 있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기판이다. 삼성전기 내에서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15%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세계 10대 인쇄회로기판(PCB) 생산업체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용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지(FC-CSP)를 주로 생산한 대만 유니마이크론의 공장 화재로 공급 부족 현상이 생긴 것도 삼성전기 입장에서는 호재다. AP용 FC-CSP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삼성전기에게 기회가 되는 것이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MLCC 가동률 상승으로 지난 분기 삼성전기의 영업이익률이 20% 수준으로 급반등했고 이런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만 유니마이크론의 공장 화재로 인해 반도체 패키지 가격은 20~40%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봤다.

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기의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풀가동 상태라 물량을 늘리기는 어렵지만 공급부족이 가격 상승을 유발해 내년 초부터는 가격 상승의 긍정적인 효과가 삼성전기 및 주요 반도체 패키지 기판 업체에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