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열풍은 사회적 현상에 따른 혜택, 수익 다각화 필요

규제 강화로 과거 리테일 수익 모델로 돌아갈 수도 있어

여의도 전경. 사진=견다희 기자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증권업계가 올해 위탁매매 수수료 급증으로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내년도 사업계획 구성을 고민하고 있다. 규제와 금융상품 이슈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다시 브로커리지 수수료에 의존하는 사업 모델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증권업계가 내년도 사업에서도 호재는 키우고 위기는 기회도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표증권사인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3분기 실적이 분기사상 가장 좋았다. 다른 중·소형 증권사 또한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동학개미’ 등 개인 투자자의 증시 유입이 활발해지면서 위탁매매 수수료가 급증한 덕분이다. 3분기 기준 개인의 주식거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1.5%나 증가했다. 직전분기와 비교하면 26.7% 늘어났다. 해외주식 투자도 증가하면서 관련 수탁 수수료 수익이 각 증권사별로 2분기보다 1.5~2배 성장했다.

이와 함께 대형증권사는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 증가와 금융상품 판매 관련해 이익도 늘었다. 국내 시장 규모 상위 6개 증권사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약 1조378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96.1% 증가했다. 직전분기와 비교하면 3.7% 늘어났다.

올 한해 증권가에 호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동산금융이나 파생결합증권 등 규제는 강해졌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초 고시한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에 따라 금융투자업자는 올해 말까지 부동산채무보증 비율을 120% 이하로, 내년 6월 말까지는 11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이후 부동산채무보증 비율은 100% 이하로 제한된다.

또한, 지난 7월 발표한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을 통해 금융 당국은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레버리지비율 규제 강화, 유동성 비율 제도 개선, 자체 리스크관리 역량 강화 등을 도입했다.

금융상품 판매에서도 최근 라임자산운용 관련 판매사 제재심에서 당국이 고강도 제재를 결정하는 등 신규 상품 판매에 대한 기피 심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시스템 리스크 예방과 투자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사업 다각화에 대한 필요성도 있는 만큼 활로는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투자업계가 바라본 내년 국내 증시 전망은 긍정적이다. 코로나19 백신 출시로 경제 정상화가 예상되는데다 신규 유입된 개인투자자들의 투심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 IPO도 대거 예정돼 있다.

증권업계도 이러한 시장 상황에 맞춰 내년도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2021년 해외시장부문의 사업확장과 코로나19로 변화된 시장에 맞춰 언택트 부문 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신흥시장에서 IB영업을 확장하며 현지 유망기업 발굴을 통해 자기자본거래(PI) 투자와 주선 등 수익성 다양화도 모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산관리(AM)·위탁매매(BK)·IB부문 등에서의 핵심 경쟁력 강화로 수익구조를 견고히 하고 리스크 관리 대비에 힘써 내실을 다진다는 전략을 세웠다. 아울러 국내증시뿐 아니라 채권과 부동산, 해외증시 등으로 랩어카운트를 확대, 시장 트렌드 등에 맞춘 다양한 시도로 시장 활성화를 주도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수익원 다변화를 통해 전사적으로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과 경영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국내외 네트워크 기반으로 기관투자자 대상 주식 중개와 IB 영업에서도 사업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NH증권은 IB강자답게 내년 다수 예정된 대형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에 참여해 수수료 수익부문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미 SK바이오사이언스와 카카오페이지의 주관사로 선정되는 등 선제적 행보로 IPO 시장내 점유율 1위를 고수하는 것이 목표다.

키움증권은 내년에도 위탁매매 시장점유율(MS) 확대에 집중해 가시적인 성과를 이어간다. 특히 리테일 주식거래대금 증가에 맞춰 투자자의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상품군 출시로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IB영업에서도 사업역량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1일 “동학개미 덕에 증권사들의 실적 호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리테일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인식은 부정적으로 IB업황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하다”면서 “IB업무는 개인의 역량으로 인해 개발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 반면 리테일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리테일 부문 외에는 내세울 게 없다”면서 “증시 열풍은 사회적 현상에 따른 혜택이라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모펀드 이슈 등으로 상품 판매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테일 사업에서 벗어나 수익 다각화를 위해 IB나 파생 등 사업을 강화했으나 다시 규제가 들어오면서 과거 리테일 수익 모델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확산과 겹치면서 내년 투자할 수 있는 부분이 브로커리지와 뉴딜 펀드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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