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금융시장은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의 '양강체제'…삼성카드는 한참 뒤진 3위

삼성카드 수익낸 신용판매·카드론은 중·장기적인 전망은 불투명

신사업진출이 관건인데…마이데이터 사업은 '불투명'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카드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카드사의 새 먹거리로 꼽히는 자동차금융시장에서 삼성카드의 입지가 몇 년째 좁아지고 있다. 수익성이 보다 큰 사업 위주로 전략적으로 재편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 기대한만큼의 성과는 나고 있지 않다.

올해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취임 이후에도 비용효율화 작업이 계속되면서 순이익이 회복되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제대로 된, 바람직한 지표라고 보기는 힘든 ‘불황형 흑자’의 경영형태에 가깝다. 물론 바람직한 경영형태라고 볼 수는 없다.

1일 삼성카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3분기 누적(1~9월) 할부금융수익은 186억원으로 전년동기(317억원)보다 41.3% 줄었다. 같은 기간 리스수익은 2144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6.9% 감소했다.

삼성카드의 할부금융수익은 2018년 581억원에서 지난해 348억원으로, 리스수익은 3421억원에서 3300억원으로 각각 40.1%, 3.5% 줄었다.

할부금융과 리스는 카드사들이 새 먹거리로 꼽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자동차금융의 비중이 90% 정도 된다.

삼성카드가 이 부문에서 계속 내리막길을 걷는 동안 자동차금융시장은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의 양강 체제로 확실하게 굳혀졌다.

올해 9월말 기준 신한카드의 할부금융 자산은 3조4850억원으로 업계 1위다. KB국민카드가 3조3385억원으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반면 삼성카드의 할부금융 자산은 9260억원으로 이들 '양강'의 30%를 밑도는 수준이다.

2017년말만 해도 삼성카드의 할부금융자산은 1조7515억원으로 KB국민카드(1조292억원)에 앞선 2위였지만, 3년만에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삼성카드는 할부금융 자산이 줄어든 것은 수익성이 큰 사업으로 재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고비용 저효율인 마케팅을 축소하고 수익성 중심의 사업재편 등 내실경영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시장상황에 따라 자동차할부 부문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익성 위주의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이 실제 성과까지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업수익은 매년 줄고 있다.

삼성카드의 영업수익은 2017년 3조613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 3조3542억원, 지난해 3조2934억원으로 매년 쪼그라들고 있다.

올해도 3분기 누적 기준 삼성카드의 영업수익은 2조452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45억원(4.45%)이나 줄었다. 이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올해 영업수익은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삼성카드의 올해 경영실적은 영업수익보다 영업비용이 더 큰 폭으로 줄어 순이익을 내는 ‘불황형 흑자’ 형태를 보이고 있다. 3분기 누적 영업수익이 전년 동기보다 1145억원(4.45%) 줄어들 때 영업비용은 1조7071억원으로 2162억원(11.24%) 줄었다.

지난해에도 삼성카드는 영업수익이 전년보다 608억원(1.8%) 줄어들 때 영업비용이 628억원(2.5%)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이같은 양상에도 지난해 순익은 전년동기보다 0.3% 줄었다.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면 장기적인 수익성까지 나빠질 수 있다.

불경기에서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해 수치상 무역수지가 흑자로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것처럼, 기업도 비용을 지나치게 줄여 이익을 내는 것도 바람직한 경영행태는 아니다.

그나마 올해 삼성카드가 수익을 끌어올린 신용판매와 카드론은 장기적으로는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삼성카드는 3분기 누적 신용판매수익이 1조290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 늘었다. 이 기간 카드론 수익은 5412억원으로 10.3% 늘었다.

신용판매와 카드론은 올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업계 전반적으로 성장한 분야다. 특히 카드론의 경우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린 5월을 제외하면 매달 전년 같은 달보다 늘어났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중·장기적으로 신용판매와 카드론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신용판매는 가맹점수수료 인하 정책 등으로 성장성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카드론은 내년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내려가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지난 16일 당정협의를 열고 내년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기존 24%에서 20%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삼성카드는 저신용자(9~10등급)들에게 평균 21.85%의 금리(운영가격 기준)를 적용해 카드론 대출을 해주고 있다.

결국 삼성카드도 장기 수익성 확보를 위해 다른 카드사처럼 사업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카드가 새로운 사업으로 점찍은 ‘마이데이터 사업’도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정례회의에서 삼성카드가 신청한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 심사를 보류했다.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대상에 올랐다는 게 이유였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삼성생명 보험금 미지급사건과 관련한 제재심의위원회 결과를 발표하려고 했으나, 논의가 길어지면서 오는 3일 제재심을 추가로 열기로 했다.

만약 삼성생명이 중징계를 받게 된다면 삼성카드는 마이데이터 사업진출은 1년간 불가능해진다.

삼성생명이 중징계를 받지 않더라도 금감원의 결정이 미뤄지면서 내년 초 계획대로 마이데이터사업 인가를 받을지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신사업진출이 어려워지면 업계 2위권 사수도 장기적으로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KB국민카드가 빠르게 치고 나오면서 올해 1분기 삼성카드는 신용판매 시장점유율 기준 2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KB국민카드가 2위자리를 꿰찬 것은 2011년 KB국민은행에서 분사한 이후 처음이다.

삼성카드는 2분기에 2위 자리를 되찾았지만 KB국민카드가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면서 2위권 경쟁은 치열할 전망이다. 삼성카드의 시장점유율은 2분기 기준 18.16%로 KB국민카드(17.92%)에 0.24%포인트차로 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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