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공격적인 수수료 정책 전망

빅테크 영향력 감안한 규제 강화 화두로 떠올라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증권업계에 모바일 앱 바람이 불고 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2030 사용자가 대거 유입되고 카카오페이지, 토스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투자·자산 관리의 대중화’를 앞세워 증권업에 진출하면서 ‘리테일 증권’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본인가 신청을 낸 토스준비법인(토스증권)의 실사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이르면 오는 11일 열릴 증권선물위원회에 인가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증권사 인가는 통상 증선위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친다. 토스는 본허가 이후 한 달 내에 영업을 개시할 방침이어서 이르면 올해 안에 출범도 가능하다.

17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토스도 핀테크 기술을 이용해 2030세대를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토스증권은 유저경험(UX)의 획기적인 개선을 통해 간편한 주식거래와 투자 정보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 파격적인 대우를 앞세워 인력을 채용한 토스는 모바일 증권사 출범을 앞두고 또 다시 대규모 채용에 나서 업계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카카오페이증권은 펀드를 들고 증권업계에 진출해 6개월 만에 누적 계좌 200만개를 돌파했다. 카카오페이로 결제하고 남은 돈을 자동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동전모으기’, 카카오페이 결제 리워드를 펀드에 자동 투자하는 ‘알 모으기’ 등 카카오페이라는 대중적인 금융결제 플랫폼을 활용한 덕분에 큰 호응을 얻었다.

업계에서는 일단 계좌수 확보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내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출시해 주식 거래로도 보폭을 넓힐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비대면 서비스를 내세워 젊은 투자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한 개인의 주식 직접 투자 현상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해외주식 모바일 앱 ‘미니스탁’을 선보여 출시 한 달 만에 이용자 20만명을 돌파했다. 미니스탁은 1주 단위로 구매해야 하는 해외주식을 환전없이 1000원 단위로 주문할 수 있는 투자 전용앱이다. 특히 초보자도 사용하기 쉬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직관적으로 구성해 간편하게 편의성을 높여 통해 젊은 고객층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씨소프트도 ‘AI 간편투자 증권사’ 설립에 나서면서 간편투자 경쟁과 함께 자산 관리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KB증권,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AI 간편투자 증권사 출범을 위한 합작법인(JV)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들 3사는 엔씨 소프트의 AI기술과 KB증권의 금융투자 노하우, 디셈버앤컴퍼니의 로보어드바이저 기술 융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증권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과 빅테크 업체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2030세대를 타깃으로 삼는 만큼 젊은 고객이 많은 키움증권 등 기존 금융사들도 협업을 통한 생존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에 내년 브로커리지 시장을 두고 기존 증권사와 IT기업이 경쟁하는 ‘리테일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나 토스가 가진 장점을 더 유연한 방식으로 앱을 개편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증권거래 앱은 처음 사용한 앱에 익숙해지면 계속 거래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IT기업들이 확실히 이 분야에서 더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카카오페이지와 토스는 공격적인 투자 관련 상품을 어떻게 플랫폼에 담을지를 고민해야한다”면서 “토스는 차별화된 MTS 구현과 자금력 마련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에 공격적으로 수수료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토스증권이 지난해 신한금융투자와 제휴해 해외주식 거래를 제공했다”면서 “신한금융투자에서 직접 거래하는 경우와 비교해 약 2배의 수수료를 부과했으나 직접 사업자로 나선 이상 공격적인 수수료 정책을 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의 규제완화와 함께 증권사 앱의 혁신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증권거래 분야 만이 아니라 펀드 가입 과정에서도 절차를 간소화하고 자산관리를 쉽게 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코로나19로 금융환경이 비대면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달부터 증권사도 오픈뱅킹을 도입할 수 있게 돼 증권사 앱의 대대적인 개편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융권에선 빅테크의 영향력을 감안한 규제 강화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디지털 금융 산업은 시장 경합적이고 경쟁적이어야 하는데 디지털 금융 산업이 소수에 의해 독점화된다면 기존 금융회사는 물론 그 외 업체들도 종속되는 형태로 시장 구조는 왜곡된다”면서 “양자간의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 빅테크에 대한 금융 관련 규제는 날로 강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