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원 마련 위한 지분 매각 또는 배당 확대가 영향 미칠 것

사진=하이투자증권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하면서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사 주가가 요동쳤다. 이에 투자자들은 삼성 계열사 주가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 이 회장 지분 상속에 따른 이재용 부회장 체제 강화 및 상속재원 마련을 위한 지분 매각 혹은 배당 확대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요소로 꼽고 있다.

◇ 배당 확대·상속 재원마련이 주가의 ‘Key’

26일 삼성물산은 전 거래일보다 1만4000원(13.46%) 오른 11만8000에 장을 마쳤다. 이날 삼성전자는 0.33%, 삼성생명은 3.80% 올랐다. 상속 재원 마련을 위해 주주친화적 고배당 정책을 펼칠 것이란 기대가 작용한 영향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축은 ‘이재용 부회장 → 삼성물산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기타 계열사’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IT계열사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회사가 수직계열화 돼있다.

오너가의 삼성전자 직접 지분율은 5.8%에 불과하나 삼성생명(8.51%)과 삼성물산(5.01%)을 통해 강력한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

고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 재산은 18조원이 넘는다. 삼성전자 4.2%(15조62억원), 삼성생명 20.8%(2조6198억원), 삼성물산 2.9%(5642억원), 삼성SDS 0.01%(16억7342만원)를 보유하고 있다.

상속세는 사망 전후 2개월, 총 4개월의 종가 평균 평가액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평가액이 30억원 초과일 때 적용되는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에 대한 20% 가산 등을 반영하면 유효상속세율은 58.2%로 상속세는 10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향후 2개월의 주가 향방에 따라 평가액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시장은 이 회장의 별세가 삼성전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반에 참여하며 체제가 정착된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회장은 이미 경영권에서 많이 물러나 있었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당장 크지 않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상속 등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인데 이 부회장이 지분을 상속받을 때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 전자·물산·생명 주가 ‘맑음’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의 주주친화정책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주가도 점진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삼성전자의 2018~2020년 3년 간의 주주친화정책이 올해로 끝나고 새로운 정책이 곧 결정될 예정이다. 현 주주환원 정책은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FCF·free cash flow) 50%를 주주에게 돌려준다. 매해 고정된 배당금 9조6000억원이 지급되고 추가 지급할 재원이 있다면 배당 혹은 자사주 매입 소각 방식으로 환원된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상속세를 상속인들이 나눠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서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17.3%의 지분을 보유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만큼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지분과 삼성SDS의 지분은 처분하는 시나리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 19.34%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문화재단과 삼성공익재단의 삼성생명 지분도 각각 4.68%와 2.18%다.

이재용 부회장(9.2%), 이부진 사장(3.9%), 이서진 이사장(3.9%)의 삼성SDS 지분도 상속세 마련을 위해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22.58%)와 삼성물산(17.08%)이 삼성SDS 지분 40%가량을 갖고 있어 3남매가 지분을 매각해도 경영권 행사에 문제가 없다.

이에 삼성그룹에서 삼성생명과 삼성SDS 지분 가치 극대화를 위한 주가 부양책 등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나 삼성SDS에 대한 주가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 일시적 조정 “추격 매수 안돼”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기,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은 전 거래일보다 소폭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처럼 삼성그룹주의 엇갈림 흐름이 이 부회장의 지분 보유에 따라 다른 흐름을 보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선 현재 상승세를 보이는 계열사의 주가 하락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속세 재원 충당 과정에서 이부회장이 직접 보유하고 있거나 상속 받을 계열사 지분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도 남은 탓이다. 지분 매각 과정에서 대규모 주식이 일거에 매도(오버행)되며 해당 기업의 주가가 조정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상속과 지배구조 이슈로 삼성그룹 관련 주가가 급변동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기업가치 변화는 일시적인 조정일 뿐 결국 기업의 가치는 실적과 현금흐름 등에 기초해 평가돼야 한다"면서 "개인투자자일수록 시장 내 시나리오만 듣고 기업가치를 평가해 투자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