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화보험 판매액 9700억…2년새 3배 늘어

불완전판매 지속…'환테크' 상품 둔갑

사진=픽사베이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달러보험 등 외화보험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불완전판매 우려가 나온다. 환율의 변동에 따라 수령하는 보험금이 줄어들 수도 있는 보험이지만 ‘환테크(환율+재테크)’만을 강조하며 상품을 파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이에 금융당국은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외화보험이 불완전판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판매가 사실상 중단되는 무해지보험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커지는 외화보험 시장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의 외화보험 판매액은 2017년 3230억원에서 지난해 969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외화보험은 보험료의 납입과 보험금의 지급이 모두 외국통화로 이뤄지는 상품이다.

올해 상반기 판매액은 7575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액의 78% 수준이다.

이처럼 외화보험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저금리가 장기화됨에 따른 환율상승 기대감과 기존 시장 포화로 새 먹거리를 창출하려는 보험사의 유인이 맞물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저금리 장기화·환율변동 기대감으로 인한 소비자의 고수익상품 투자심리와 보험사의 신규수익원 창출 유인이 맞물려 외화보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규모뿐 아니라 외화보험을 파는 판매사수도 늘고 있다. 외화보험 판매 보험사수는 지난해 6곳에서 올해 8월 현재 10곳으로 늘었다.

외화보험은 그동안 AIA생명, 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 등 외국계 생보사들의 전유물이었다. 외국계 생보사의 경우 달러를 기축통화로 사용해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시스템을 이미 보유하고 있어 달러보험을 판매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신한생명, DGB생명, KDB생명 등 국내 토종보험사들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형사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달러보험 시장 진출을 현재 검토중이다.

외화보험 판매 현황. 자료=금감원 제공
◇불완전 판매 우려…‘소비자 경보’

문제는 외화보험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우려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외화보험은 보험료와 보험금이 원화 환산 시점 환율에 따라 변동되고, 일부 상품의 경우에는 투자대상 해외채권 수익률을 기초로 만기환급금 적립이율이 결정되는 등 상품구조가 복잡하다. 또, 환율이나 금리 변동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면 그 손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즉, 외화보험은 상품 판매시 보험사에 상세한 설명이 필요한 상품이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에서 환율·금리 변동위험에 대한 설명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 외화보험을 ‘환테크’ 상품으로 소개하는 등의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사이트에 달러보험과 환테크를 같이 검색하면 달러보험을 환테크 상품으로 소개하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금감원은 현재 외화보험에 대해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한 상황이다.

◇외화보험 시장 위축되나?

불완전판매가 계속되면 보험사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던 외화보험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10월 소비자경보 주의단계가 발령됐던 무해지보험은 이후에도 불완전판매 문제가 계속되자 현재 판매중단까지 앞둔 상황이다. 무해지보험은 보험료를 납입하는 기간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보험료가 20~30% 가량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판매가 급속도로 늘었던 상품이다.

하지만 일부 설계사들은 환급률을 내세워 무해지보험을 저축성보험처럼 계속해서 판매했으며, 이에 금융당국은 내달부터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무해지보험의 환급률을 만기완료시 일반보험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사실상 무해지환급형 보험은 판매가 중지되는 셈이다.

외화보험도 결국 불완전판매 문제 해결이 관건으로 꼽힌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검사 등을 통해 외화보험 판매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적발되는 보험사에 대해서는 엄중제재할 계획”이라며 “향후 실태조사 등을 거쳐 필요한 경우에는 제도개선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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