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 추정에서는 애널리스트 해석이 중요하게 작용

한투 “주가 고평가 논란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꿈’을 제대로 산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아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증권업계에서 새로운 평가지표를 제시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터넷 플랫폼, 바이오, 2차전지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를 훌쩍 넘기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PDR(Price to Dream Ratio·주가꿈비율)’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기존 투자 지표로 주가가 설명이 불가능해지자 기업의 ‘꿈’의 크기를 통해 현 주가를 설명하려는 시도다.

◇미래 매출 반영하는 PDR

PDR는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이 기업의 비전인 ‘꿈의 가치’를 측정해 비율로 만든 개념이다. 그동안 PDR는 급등하는 종목을 설명하는 지표가 아니라 개념만 존재했다. 기존의 기업가치 평가 방식, 증시 고평가 여부, 성장성 높은 산업에 대한 분별력이 점차 떨어지면서 이에 대한 대안을 찾는 시도인 것이다.

한투는 10년 후 예상 전체 시장 규모와 기업이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최고 시장점유율을 곱한 수치를 꿈이라 정의했다.

꿈을 먹고 자라나는 산업 대표격인 제약·바이오, 인터넷·게임, 2차전지 등 PER로 설명되지 않는 회사들의 꿈을 수치화한 뒤, 시가총액을 계산된 꿈으로 나눠 회사의 PDR 평가가치를 추산한다.

한투는 PDR 측정을 위해 해당 산업의 전체 시장 규모(TAM)를 적용한다. 시가총액을 TAM에 해당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곱한 값으로 나눠 PDR를 산출한다. 즉 ‘PDR = 기업가치(시가총액)÷(TAM×시장점유율)’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사진=한국투자증권

예를 들어 시가총액 6조원 규모의 A업체가 100조원의 시장 규모인 산업 내에서 10% 점유율을 갖고 있다면 PDR은 0.6다.

주가매출비율(PSR)과 비교해도 PDR가 더 유용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구글과 아마존의 상장 초기, 당시 밸류에이션 측정 기준인 PSR가 상장 초기 대비 고꾸라지는 현상을 보였다. PSR는 단기 매출을 사용하는데 시가총액은 크게 늘어난 반면 매출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PDR 공식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동종 기업과 비교해 상대적 매력도 평가, 과거 유사 사례와 비교를 통해 주가의 추가적인 상승여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또한 PDR 공식을 통해 도출한 10년 뒤 적정 기업가치를 현금흐름 할인모형을 사용해 현재가치로 할인해 이를 현재 시가총액과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는 당장 도달 가능한 기업가치로 단기적인 주가 상승 여력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다만 시장점유율 추정에서는 애널리스트 해석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기업별로 최대 도달 가능한 시장점유율을 개별적으로 추정해 이를 기업가치 산정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 때 애널리스트의 추정치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가 투자 판단의 관건이 된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3일 “기존에 성장주를 평가하던 PSR는 변동성이 너무 커 가치평가 기준으로 부적절했지만 PDR는 장기간 박스권 흐름을 보여 지표로서 활용하기가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고평가 논란 잠재울까…꿈 정량화 시도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 Ratio)’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그 회사의 1주당 순이익이 몇 배인지 보여주는 전통적인 지표다.

사진=한국투자증권
예를 들어 PER가 1000이라면 한 해 순이익의 1000배가 시가총액이다. 지난 1년 동안 번 순이익만큼 1000년을 모아야 회사를 통째로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바로 테슬라 주가가 그렇다.

전 세계 1위인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비대면 트렌드 최대 수혜주 넷플릭스 PER도 100배 가량 된다. 사기 논란에 휩싸인 수소트럭 스타트업 니콜라의 시가총액은 한때 37조에 이르렀지만 아직 적자기업이기 때문에 PER로 따질 수는 없다.

딱히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통상 12배보다 낮으면 저평가, 그 이상이면 고평가로 본다.

우리나라 대표지수인 코스피는 11~12배쯤 된다. 국내도 올해 상장한 기업 중 주가 고평가 논란에 시달린 곳이 많았다. 공모주 열풍의 시작점인 SK바이오팜부터 따따상과 따상을 기록한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다.

진 연구원은 “고성장 기업에 대한 PDR밸류에이션으로 미래의 기업 적정 가치를 구할 수 있다”면서 “이를 현재가치로 할인하더라도 통상 밸류에이션으로 언급되는 숫자보다 큰 가치를 부여해 BBIG 종목에서 발생하는 주가 고평가 논란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한국 증시를 이끈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업종의 PDR를 계산해봤다. 그 결과 LG화학, 삼성SDI, 중국 CATL 가운데선 LG화학이 가장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한투는 배터리 사업의 2030년 TAM을 249조원으로 책정했다. LG화학의 배터리 TAM 추정치는 62조3000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시가총액의 85.8%를 배터리 사업부의 시장가치로 봤다. 이를 시가총액에 적용하면 PDR는 0.7배 수준이다. 같은 기준을 적용한 삼성SDI(1.1배), CATL(1.7배)보다 낮다.

사진=한국투자증권

바이오주는 PDR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한 것으로 분석됐다. 개발 중인 신약의 시장 규모를 측정하거나 향후 시장 점유율을 전망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각 신약 파이프라인의 효능, 임상 성공 가능성, 경쟁구도 등 다양한 요소가 시가총액에 반영된다.

인터넷 관련 기업들은 확장성이 높아 PDR가 낮게 나왔다. 카카오모빌리티만 보더라도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높은 성장성을 반영할 경우 PDR는 약 0.9배인데 적정 PDR로 보는 3배에 비해 저평가 상태다.

웹툰 시장은 비상장사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PDR가 각각 0.8배, 1.1배로 산정됐다. 웹툰산업의 성장성을 반영한 적정 PDR는 2배 수준으로 향후 기업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진 연구원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PDR 개념이 의미 있지만 여전히 ‘꿈’을 제대로 산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PDR는 예상 시장 규모와 점유율 외에는 다른 요소는 포함하지 않는다”면서 “기술력, 연구개발 예산 등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다른 지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섹터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지니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섹터별 가중치를 부여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주가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표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례가 많으니 투자 결정을 내릴 때 다양한 정성·정량 지표를 활용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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