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생명 본사 건물과 CI. 사진=DB생명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올해 하반기 들어 재무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보험사들이 대주주를 통해 자금수혈을 받고 있다. 하나손해보험과 NH농협생명에 이어 재무건전성 지표가 가장 낮았던 DB생명까지 하반기 유상증자에 나선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B생명은 전날 1516억30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방식은 주주배정방식이다. 청약일은 오는 12월15일이다. DB생명의 지분 98.84%는 DB손해보험이 보유중이다. DB손보가 이번 유상증자를 승인하면 유상증자가 예정대로 진행된다.

DB생명이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은 오는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IFRS17 제도 하에서는 현행 원가 기준인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이 시가 기준으로 바뀐다. 시가로 평가할 경우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보험사의 부채가 크게 늘어날 수 있어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미리 강화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에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을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DB생명의 RBC비율은 금융감독원의 권고치인 150%를 살짝 웃도는 163.4%다. 이는 국내 24개 생명보험사 중 가장 낮은 수치다.

DB생명 관계자는 “예상대로 전액 유상증자를 하게 될 경우 RBC비율은 196.8%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주가 실제 참여하는 금액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RBC비율 관리가 시급한 보험사들은 일찌감치 자본확충을 진행했다. 하나손보는 올해 들어 RBC비율이 128.3%로 금감원 권고치를 밑돌자 지난 7월말 대주주 유상증자를 통해 18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했다.

이를 통해 하나손보는 RBC비율이 현재 260%까지 높아졌다.

NH농협생명도 올해 8월말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농협금융지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았다.

NH농협생명의 자본 확충 전 RBC비율은 193.7%로, 대형 생보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RBC비율이 200%를 밑돌았었다.

이번 유상증자로 NH농협생명은 RBC비율이 현재 305%까지 올랐다.

올해 상반기중에는 교보라이프플래닛과 MG손해보험이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1000억원, 2000억원 규모를 자본 확충했다.

유상증자는 대주주의 자본력만 뒷받침된다면 자본확충을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꼽힌다.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을 위해 자주 사용하는 후순위채 발행은 잔존만기가 5년 이내일 경우 매년 자본인정비율이 20%씩 차감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 다른 방법인 신종자본증권은 전액 자본으로 인정받긴 하지만 만기가 긴 만큼 금리가 높아 보험사의 부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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