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판매 덕'…보험료 30.2%↑

방카슈랑스 늘면서 재무건전성 부담 우려도

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생명보험사들의 대면 영업을 통한 수익이 전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를 통한 수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또, 설계사를 통한 판매도 절판 마케팅 등으로 크게 줄지 않았다.

17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올해 7월 기준 대면모집 초회보험료(가입 후 처음 내는 보험료)는 4조3676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5433억원)보다 23.2% 늘었다.

이 기간 생보사의 대면채널 의존도는 97.8%에서 올해 7월 98.7%로 0.9%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코로나19 여파에 대면을 통한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상반되는 결과다.

이처럼 대면모집 수익이 늘어난 이유는 은행에서 보험을 적극적으로 팔았기 때문이다. 국내 생보사의 방카슈랑스 채널 초회보험료는 올해 7월 기준 3조544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0.2% 늘었다.

지난해 대규모 원금 손실을 초래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으로 은행들이 고위험상품 판매를 꺼려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저축성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

또, 금리가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은행의 예금보다 그나마 금리가 높은 저축성보험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는 것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삼성생명의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은 7월 현재 2.42%로 1%대 안팎의 은행의 수신상품보다 금리가 높다.

설계사를 통한 모집도 당초 업계의 우려보다는 크지 줄지 않았다. 전속 설계사와 대리점 설계사들을 통한 초회보험료는 올해 7월 기준 778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8% 줄어드는 데 그쳤다. 올해 보험료 인상에 따른 절판마케팅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생보사들은 지난 4월 보험료를 한차례 인상했다. 보험료가 인상되기 전에 보험을 가입하고자 하는 고객들이 몰린 것이다.

이처럼 생보사들이 방카슈랑스와 절판마케팅을 통해 올해 실적방어에 성공하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방카슈랑스가 늘어나면 보험사의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되는 대부분의 상품은 저축성보험이다. 저축성보험은 오는 2023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제도에서 부채로 인식해 보험사 재무건전성에 부담을 주게 된다.

결국 장기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방카슈랑스 채널 초회보험료가 가장 큰 곳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의 방카슈랑스 채널 초회보험료는 1조296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3.9%나 늘었다. 삼성생명 다음으로 방카슈랑스 규모가 큰 ABL생명도 초회보험료가 올해 7월 기준 413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1.5% 증가했다.

다만 보험사들은 아직까지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될 정도로 저축성보험이 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재 저축성보험 판매 규모가 회사 재무건전성에 부담을 줄 정도로 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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