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리스크 기피하는 LP들 활성화 걸림돌

부실그룹 내 우량기업 M&A에 활용되는 데 그칠 수 있어

업계 “펀드 규모도 1조원 이상으로 커져 창의적인 투자 기대”

자료=금융감독원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되자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부실채권(NPL)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기존 NPL시장은 전문투자사들이 점유하고 있어 사모펀드는 메인 플레이어는 아니다.

그러나 재무사정이 나빠진 기업에 투자해 기업 소생을 돕는 기업재무안정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중요성이 커지면서 법적 근거 마련과 함께 투자검토에 적극 나서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국내외 경제가 침체되자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 NPL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은행 기업경기실사지수(전산업 업황전망)는 올해 1월 74에서 지난 5월 50까지 추락한 뒤 이번 달에도 65로 저조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낮으면 업황이 부정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최근까지는 금융당국이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출원금 만기와 이자 상환유예를 연장하기로 하면서 시장 활성화가 지연되는 국면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연장이 안되는 구간에 진입하는 내년 초께는 부실화가 더 많이 진행되면서 본격적으로 NPL 큰 장이 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재무안정PEF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행법상 사모펀드는 기업재무안정PEF를 조성하면 지분(에쿼티)투자 없이도 NPL을 매입할 수 있다.

재무안정PEF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인 지난 2010년 자본시장법에 특례조항을 통해 3년 한시로 도입됐다. 이후 한차례 연장을 거친 뒤 2016년 일몰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업재무안정PEF를 상시화해 PEF 등 민간자본시장 플레이어들에게 부실기업의 NPL과 부동산 등 자산 취득, 대출 등을 가능하도록 했다.

이후 현재까지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투자해온 PEF 운용사 다수는 기업재무안정PEF를 조성하고 있다.

국내 NPL 시장은 은행이 보유한 NPL들을 묶어 분기별로 시장에 내놓으면 입찰을 통해 NPL 전문투자사들이 통매입하는 구조다.

금융감독원의 PEF 통합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재무안정PEF는 총 70개, 출자약정액은 총 6조9000억원이다. 지난해 말(63개, 6조5400억원)과 비교해 개수와 출자약정액 모두 늘어났다.

NPL 전문 투자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40%, 대신F&I가 20%, 하나F&I가 10%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 NPL펀드를 통한 신규 참여자가 늘고 있고 PEF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NPL이 기업 경영권 인수 딜의 단초가 되면서 장외 인수합병(M&A)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금융감독원

회생기업의 NPL을 선매입하고 채권단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회생계획 인가 등 인수 전 과정을 수월하게 가져가는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18년 큐리어스파트너스와 미래에셋벤처투자는 기업재무안정PEF를 통해 성운탱크터미널 지분과 함께 NPL을 동시에 인수했다. 때문에 재무안정 PEF 활성화가 실제 부실기업이 아닌 부실그룹 내 우량기업 M&A에 활용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한 자금 제공 역할을 하는 투자자(LP)가 리스크 높은 재무안정PEF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무안정PEF는 NPL 등에 의무적으로 50% 이상 투자하게 돼 있어 등 위험부담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현재 PEF가 당장 뛰어들 수 있는 NPL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업계는 향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PEF 운용사 관계자는 “NPL 투자 기대 수익률은 시장 형성 초기(외환위기 이후) 멀티플을 논할 정도로 높았지만 현재는 낮아졌다”면서 “유암코 등장 이후 시장이 재편되면서 현재는 5~6%대 수익률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재무안정PEF 도입 후 기업 구조조정 시장에 대한 LP와 GP(업무집행사원) 각자의 이해가 깊어지고 있다”면서 “펀드 규모도 1조원 이상으로 커졌고 NPL 등 창의적인 투자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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