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금리와 부동산 규제로 공모주 청약 환급금은 단기 상품으로 움직일 수도

일각에서는 또 다른 공모주나 직접투자 등 시중 유동성으로 남을 수도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견다희 기자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흥행에 이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까지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공모주 청약이 마무리되자 향후 자금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흥행 광풍이 이어졌지만 더 이상 청약 광풍을 이어받을 공모주 후보는 당분간 사실상 전무하다. 의무 보유 물량이 대거 풀릴 때마다 주가가 큰 폭으로 빠지면서 가격 거품 논란이 불거지자 유동성 향방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빅히트의 공모주 일반청약 최종 평균 경쟁률은 607대1, 증거금은 58조4236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인 카카오게임즈를 넘어서진 못했지만 코스피에 상장한 SK바이오팜을 뛰어넘으면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빅히트 청약 이후 개인들의 역대급 투자자금이 코스피 순매수세로 이어질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빅히트 청약을 앞둔 지난달 29일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종합자산관리계좌(츰) 잔고는 64조935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같은 달 10일(59조1218억원)과 비교하면 19일 만에 5조8134억원(9.8%)이나 급증했다. 이는 빅히트 청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예탁금도 마찬가지로 이달 5일 58조313억원까지 늘어났다. 지난달 16일(55조3742억원)과 비교하면 약 한달만에 2조6571억원(4.7%) 늘어났다.

개인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6일까지 코스피 7722억원어치를 순매도하기도 했다. 추석연휴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국내 증시가 급락할 것이란 예상에 차익실현을 위해 매물을 내놓은 것이다.

CMA와 투자자예탁금은 앞서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등 굵직한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도 급증했다. 이후 청약에 실패한 뭉칫돈은 주식시장으로 대거 몰려들었다. SK바이오파미 청약이 끝난 직후 6월 25일부터 29일까지 3거래일 동안 개인은 1조9297억원어치의 코스피 주식을 사들였다. 카카오게임즈 청약이 끝난 직후에도 6거래일동안 개인은 2조9020억원 규모를 코스피 시장에 투입했다.

빅히트 청약 환급금 58조원의 뭉칫돈도 은행 등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더 높은 금리의 투자처를 찾아 헤맬 가능성이 크다. 당장 상장 주관사부터 청약 환불금을 잡기 위한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8일 “낮은 예금금리와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면서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공모주 청약 환급금은 1~3개월 등 짧은 시일 내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단기 상품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단기 상품에 환급금이 머물다 후속 공모주로 이동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달 피플바이오, 노브메타파마, 미보마이오메드 등 바이오 관련 기업 공모 청약이 남아있고 다음달 교촌치킨도 일반 청약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 부문만 분사 예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 SK바이오사이언스 등 IPO 대어들도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직접 주식에 투자하려는 수요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청약 증거금으로 들어온 자금은 여러 계정이 섞여 증권사 계좌로 얼마나 재투자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현재 저금리 기조와 과열된 증시 상황으로 유추하면 다시 주식 투자 등 시중 유동성으로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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