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 금융에 다양한 시각 존재
디지털 금융으로 변화해가는 흐름 속 주목해야 할 움직임
  • 사진=토큰인사이트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최근 ‘블록체인 기반 금융’이라고 불리는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가 화두다. ‘돈이 되는 디파이’란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관련 시장이 단기간에 급성장하자 전통 증권사에서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디파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있지만 디지털 금융으로 변화해가는 흐름에 주목해야 할 움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2일 전세계 디파이 정보 사이트 DEFI PLISE에 따르면 디파이 프로젝트에 예치된 자산 규모(TVL)은 97억달러(약 11조3000억원)다. 이는 올해 초보다 10배 이상 커진 수준이다. 디파이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은행같은 중개자 없이도 자산 송금·대출·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하도록 만든 서비스를 말한다.

이더리움의 스마트 계약을 이용한 개인간 거래(P2P) 중심으로 복잡한 서류 처리나 심사대기 시간 등이 필요 없고 수수료도 굉장히 싸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 담보대출과 비슷한 가상자산(암호화폐) 담보 대출 프로젝트 ‘메이커다오(Maker Dao)’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디파이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보유자들이 예치해두고 이자를 받으려는 사람들, 또는 가상자산을 맡기고 다른 스테이블코인을 빌려 현금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용했다. 혹은 레버리지 투자를 위해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플랫폼간의 금리차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디파이에 전통 증권사가 관심을 갖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중앙기관을 거치지 않는 탈중앙화 △거래 시간 단축 등 효율성 △모든 사람들의 참여 가능성 등 금융기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디파이 서비스에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누구나 디파이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측면에 주목한다.

개발자들은 누구나 코드를 확인할 수 있는 ‘깃허브’와 같은 사이트를 참고해 또 다른 서비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탈중앙화 거래소 ‘유니스왑’에서 파생된 스시스왑이 있다.

최근 몇 달 사이 디파이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거버넌스 토큰’을 내놓으면서다. 거버넌스 토큰은 디파이 프로젝트에서 사용자가 유동성을 공급하고 그 대가로 지급받는 토큰을 말한다.

탈중앙화 거래소는 중앙화된 거래소나 시중은행과 달리 초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을 예치해줄 사용자가 필요하다. 유동성 공급자에게 일정량의 이자를 주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이자 농사'가 가능한 프로젝트에서는 자산 예치, 대출을 일으키는 유동성 공급자에게 또 다른 자체 토큰을 보상으로 준다.

그러나 최근 토큰에 거래 가치가 생기고 수요 증가로 토큰의 가치가 원금보다 커지자 ‘투자’ 수단으로 수요가 대거 몰리기 시작했다. 토큰 발행량이 제한적인데다 대형 거래소에 상장되면서 토큰을 재투자해 연쇄적인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참여자들은 토큰을 받기 위해 예치하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대출을 통해 얻은 보상도 다른 유동성 풀에 재투자하면서 이자를 계속 증폭시켜 나가고 있다. 덕분에 수십~수백%의 이자가 가능해졌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암호화폐공개(ICO)의 취지는 투자금을 빌리기 어려운 스타트업, 투자금을 중간에 회수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에게 좋은 시스템이었으나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ICO=사기’ 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면서 “디파이 또한 취지는 좋으나 디파이 플랫폼에서 발행하는 토큰을 얻기 위해 찾는 이들이 대거 몰리면서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 적지않다”고 진단했다.

디파이는 보상이 줄어들거나 토큰 가격이 하락하는 순간 해당 디파이 프로젝트의 전체 가치도 떨어진다는 구조적 문제도 안고 있다. 실제 ‘핫도그’는 보상으로 100만%에 이르는 연간 수익률을 제시해 상장 직후 곧바로 한화로 약 740만원 수준까지 가치가 올랐다. 그러나 3시간만에 약 3원으로 곤두박질 친 사례도 있다.

디파이 거래소 창업자가 개인용 코인 물량을 빼돌리거나 허술한 시스템에 따른 코인 증발, 거래소 해킹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일어나고 있다.

한 연구원은 디파이의 현 시장을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 ‘PC 통신’ 단계와 유사하다고 비유하면서 “디파이 생태계는 이제 막 조성되는 단계로 미래 디지털 금융 시대가 됐을 때 은행 역할을 할 수 있는 하나의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디파이는 미래 금융의 한 단면이었다. 정상적인 디파이 프로젝트는 자유롭고 투명한 디지털 자산 거래를 꿈꿨던 비트코인의 초기 정신과도 맞닿는 일이다. 그러나 현재 디파이는 블록체인을 통한 금융 혁신이 아닌, ‘이자 농사’가 주는 일확천금으로 변질된 상황이다.

또한 진입 장벽도 높다. 이더리움 기반으로 토큰들을 보관하고 관리하기 위한 지갑 ‘메타마스크’를 쓸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실제 쓰고자 하는 디파이 서비스와 연동해야 하는데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한 연구원은 “현재 비금융권 인구가 17억명인데 이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블록체인 기반으로 자산 투자를 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린다면 유럽, 미국, 중국과 비교해 규모가 크진 않지만 폭발력은 무시 못 할 것”이라면서 “다만 높은 진입장벽,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규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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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20/10/02 07:30:07 수정시간 : 2020/10/02 07: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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