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고공행진으로 국부유출 논란…상생금융은 지지부진

고객의 금리인하 요구권 쉬쉬하다 적발…16개은행중 최악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사진=SC제일은행
금융회사 수장들 중에는 빛나는 실적과 남다른 경영철학으로 주목을 받는가 하면 논란의 중심에 올라 뭇매를 맞기도 한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임기를 수행하는 동안 각종 이슈의 중심에서 금융시장과 사회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그들의 경영 행보를 중심으로 금융권 전반에 걸친 주요 이슈를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주>

[데일리한국 이혜현 기자]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지난 3일 재무적 성과를 바탕으로 3연임에 성공하며 국내 금융계 장수 CEO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동안 외국계 은행의 고질병으로 지적된 고배당 논란, 국부유출 등 꼬리표를 떼고 현지화에 집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관행처럼 굳어진 은행장들의 잇따른 연임, 3연임에 대해 재벌에 가까운 지배구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금융권은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조직의 변화보다는 업무 연속성을 통해 단기적 성과보다는 중장기적 성과를 내는 게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란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에 연임이 많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행장은 2015년 1월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 대표로 임명돼 같은 해 9월 SC제일은행 은행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2018년 1월 연임에 성공했고 이어 지난 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재연임을 확정지어 내년 1월8일부터 3년간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고배당으로 인한 ‘국내 등골브레이커’라는 오명에다 장기집권으로 인한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 박 행장은 다음 임기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 행장의 최대 업적은 적자의 늪에 빠진 실적을 끌어올려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 행장 취임 이후 SC제일은행의 순이익은 2015년 2695억3300만원 적자에서 2016년 2235억7900만원 흑자로 전환했다. 이후 2017년 2769억6200만원, 2018년 2243억3300만원, 2019년 3113억7700만원을 기록하며 순항중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SC제일은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4% 증가한 1796억96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호실적은 그들만의 잔치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에는 거의 매년 국정감사에서 SC제일은행의 고배당은 늘 지적돼 왔다. SC제일은행은 영국 SC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고배당 논란의 핵심은 연간 순이익을 초과하는 수준의 배당지급은 지나친 국부유출이라는 것이다.

고배당 논란에도 순이익에서 배당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배당성향은 꾸준히 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배당성향은 2016년 35.64% 2017년 45.68%, 2018년 50.59%였다. 지난해에는 208.31%로 역대 최고치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국내 은행 중 가장 높다.

급기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의 배당 수준이 과도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이 금융계까지 확산되며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 강하게 요구되는 상황에서 외국계은행의 고배당 논란에 대한 비난의 강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SC제일은행은 고객에게 금리인하 요구권을 쉬쉬하다 금감원에 적발됐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취업이나 승진 등으로 고객의 신용 상태가 좋아졌을 때 은행 등 금융기관을 상대로 대출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의 법적 권한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는 의무적으로 고객에게 금리인하 요구권을 안내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2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금리인하 요구권 미스터리쇼핑 실시 결과'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SC제일은행은 회사별 평가점수에서 40.6을 받아 점검 대상 16개 은행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박 행장은 취임 초부터 외국계은행의 한계를 극복하고 소매금융에 공을 들여 성공적인 현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실적과 배당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반면 사회적경제기업 등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지원에는 소극적이다. 주위의 이웃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놀부심리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들의 사회적경제기업에 공급한 대출규모는 증가했지만 유일하게 SC제일은행만 감소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은행별 사회적경제기업 지원 실적(잠정)'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사회적경제기업에 모두 9961억원의 대출을 공급했다.

이중 SC제일은행은 가장 적은 14억2200원을 공급했다.

이는 신한은행(1902억6500만원), 우리은행(1102억5300만원) 등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고, 심지어 부산은행(281억4100만원), 대구은행(270억5700만원), 광주은행(135억7900만원) 등 지역은행과 비교해도 턱없이 대출 공급규모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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