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3억달러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

중소보험사, 수요예측 미달에도 후순위채 발행 '러시'

서울 동양생명 사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보험사들이 오는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재무건전성 높이기에 한창이다. 보험사들은 올해 하반기들어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을 발행하는 등 자본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오는 22일 해외에서 3억달러(약 352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발행 금리는 5.25%로 결정됐다. 만기는 30년으로 5년 후 조기 상환권 행사가 가능하다.

국내 보험사가 해외에서 자본성증권을 발행하는 것은 2018년 KDB생명 이후 2년만이다. 그간 보험사들은 미중 무역 분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시장 불안으로 인해 해외 채권 발행을 시도하지 못했다. 동양생명도 올해 초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의했으나 시장여건이 좋지 않자 하반기까지 계속 미뤄왔다.

이번에 동양생명이 해외채권 발행에 성공하면서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소보험사들은 코로나19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내에서 자본 마련에 한창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14일 공모 후순위채 500억원 규모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수요예측에는 150억원이 몰렸다. 미매각 물량은 주관사인 KB증권과 인수단인 신한금융투자가 나눠 사들일 예정이다.

지난 7월말에는 흥국화재가 4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수요예측에는 290억원이 몰렸다. 미달이 난 금액 110억원은 주관사인 메리츠증권이 인수했다.

이에 앞서 롯데손보는 지난 4월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롯데손보도 수요예측에서 500억원만을 확보했지만 나머지 물량은 주관사인 메리츠증권이 사들였다.

이처럼 시장 환경이 열악함에도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에 안간힘을 쓰는 것은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IFRS17 제도 하에서는 현행 원가 기준인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이 시가 기준으로 바뀐다. 시가로 평가할 경우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보험사의 부채가 크게 늘어날 수 있어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미리 강화해야 한다.

보험사들이 속속 자본확충에 나서면서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은 높아지는 추세다.

동양생명은 이번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인해 지급여력비율이 지난 6월말 217.3%에서 24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흥국화재도 6월 말 기준 RBC 비율이 182.4%에서 후순위채 발행 후 190%대까지 높아졌다.

자본성증권 발행 대신 7월말 대주주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한 하나손보도 RBC비율이 8월말 기준 260%까지 올랐다. 하나손보는 올해 3월말 기준 RBC비율이 128.3%를 기록, 금감원 권고치인 150%를 밑돌았었다.

RBC비율이 낮은 나머지 보험사들도 자본확충에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RBC비율 기준으로 자본확충이 가장 시급한 곳은 DB생명이다. DB생명의 6월말 기준 RBC비율은 163.4%다. 금감원의 권고치를 살짝 웃돌고 있는 수준이다.

DB생명은 아직까지 자본확충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DB생명 관계자는 “권고 기준을 현재 충족하고 있어 아직 자본확충에 대해 논의하거나 준비 중인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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