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과거에도 아이디어 낸 곳에 독점 사용권 부여해왔다"

삼성·KB·한투·NH·한화 등 자체 지수 개발 의뢰

“거래소, 일처리가 급해 불필요한 갈등 키웠다”는 지적도

사진=견다희 기자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자산운용업계가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지수 사용권을 둘러싸고 시끄럽다. 각종 잡음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K-뉴딜지수에 대해 올해 말까지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하면서다. 업계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성장한 이들 종목을 지수로 만들어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할 경우 높은 거래량이 예상되는 만큼 갈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거래소가 다급하게 뉴딜펀드 관련 지수 개발을 추진하면서 불필요한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 10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KRX BBIG K-뉴딜지수와 하위 업종별 지수 5개 지수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3개월 동안 부여했다.

증권사는 직접 지수를 만들 수 있지만 운용사는 직접 지수를 만들 수 없다. 때문에 지수 구성과 산출 방식을 정리한 뒤 거래소에 지수 출범을 요청하거나 민간 업체 등에 원하는 지수 개발을 의뢰한다. 민간 업체를 통하면 원하는 포맷대로 쉽게 지수를 만들 수 있지만 거래소에서 만든 지수가 공신력이 크기 때문에 통상 거래소를 선호한다.

앞서 올해 7월 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거래소를 찾아 BBIG 분야의 주요 종목을 담은 지수(인덱스)를 고안해 관련 지수 개발을 요청했다. 이를 토대로 관련 ETF를 상장시키기 위해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고안해서 거래소에 제출한 지수 이름은 ‘KRX BBIG 스타12’였다. BBIG 분야 ‘스타 종목’ 12개를 담았다는 의미다.

당시 거래소는 정부의 ‘뉴딜펀드’ 시행 방침에 따라 8월 말까지 ‘뉴딜지수’를 개발해야 했고 평소보다 시간은 부족한 상황이었다. 거래소는 때마침 찾아온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협의를 거쳐 ‘K-뉴딜지수’로 이름을 바꿔 출범시켰다. ‘KRX BBIG 스타12’와 ‘K-뉴딜지수’의 지수 종목 구성과 산출 방식의 차이가 없자 배타적 사용권이 지수 개발 과정에 대한 보은 차원이라는 얘기가 업계에 돌기 시작했다.

거래소측은 지난 2018년 이후 지수 관련 아이디어를 처음 낸 운용사에 통상 6개월간 독점 사용권을 부여해 왔고 다른 운용사들도 독권 사용권 혜택을 누려왔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자산운용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한 것이라면서 일부에서 지적하는 문제점을 일축했다.

자산운용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막대한 자금 투입 계획으로 공적 성격 지수임에도 특정 회사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BBIG라는 개념은 오래 전부터 언론 등에서 써온 용어로 독점권을 부여받을만한 아이디어로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이 이유다.

이에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은 지수개발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협력해 ‘FnGuide K-뉴딜지수’ 개발을 의뢰한 상황이다.

FnGuid K-뉴딜지수도 업종별 편입 종목 수가 3개에서 5개로 늘어난 점 외에는 KRX BBIG K-뉴딜지수와 구성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이에 거래소 측은 저작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고 보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거래소가 자회사인 코스콤측에 'KRX 뉴딜지수의 배타적 사용권이 인정되는 기간에 K-뉴딜지수의 순자산가치(NAV) 산출 등에 협력하지 말아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지수가 개발되더라도 실제로 ETF로 출시되려면 코스콤의 NAV 산출 로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콤에 NAV 산출 지연 등을 요청한 적이 없다”면서 “뉴딜지수 저작권을 앞세워 법적 대응을 하거나 지수를 못 만들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도의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K-뉴딜지수 발표 일정에 맞춰 일 처리를 다급하게 한 탓에 불필요한 분열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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