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보험업법·공정경제 3법 개편에 지주회사 전환 시기 앞당겨질 것"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견다희 기자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최근 지배구조 관련 이슈가 있는 기업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요동치고 있다. 21대 국회서 보험업법 개정안과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이 쟁점으로 떠오르자 규제환경 변화가 기업의 지주회사 전환 시기를 앞당길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에 대림산업,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차그룹 등 지배구조 개편주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 대림산업, 주가 하락 가능성도

14일 대림산업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100원(-2.41%) 내린 8만5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1일에는 전장 보다 5600원(-6.03%) 내린 8만7200원으로 마감했다. 최근 6개월간 상승률이 36%에 이르지만 최근에는 하락세다.

대림산업은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디엘'과 건설사업 담당 '디엘이앤씨', 석유화학회사 '디엘케미칼'로 분할하는 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분할방식은 대림산업을 디엘과 디엘이앤씨로 인적분할하고 디엘에서 디엘케미칼을 물적분할하는 구조다.

그동안 시장에선 현 정부의 공정경제 3법과 세법 개정 등에 따라 대림산업의 지주사 전환을 예상해왔다. 그러나 새로운 이슈나 주주환원정책 발표가 나오지 않으면서 실망감이 주가에 반영됐다.

김현욱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5일 “유화부문의 성장성에 따른 디엘의 가치 인정 여부가 대림산업의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 최근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사라져 분할에 따른 주가 상승여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분할 이후 디엘이앤씨 지분 취득 과정에서 진행될 현물출자 유상증자 과정에서 신주 증가 효과에 따른 주당순이익과 주당배당금 하락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회의 공정경제 3법 추진 의지, 2019년 개정 세법 등의 제도 변화는 지주회사 전환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면서 “개정세법을 고려하면 과세 특례를 적용 받기 위해서는 4분기까지는 회사 분할 이사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 하락 가능성도 있다”면서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인 점을 감안하면 대림산업이 제시할 청사진이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경우 오히려 주가 하락 가능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삼성물산, 지금이 매수 시점일 수도

삼성물산은 지난 11일 전 거래일보다 4500원(+4.15%) 오른 11만3000원으로 장을 마감한 데 이어 14일에도 전 거래일보다 1000원(+0.88%) 오른 11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향후 삼성물산 위주의 지배구조 재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증권가는 삼성물산에 대해선 선제적 대응이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20조원어치가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한다. 이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해 배당 확대와 지주사 전환 등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웠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재편 기대로, 주가상승이 나타난 이후에 대응하기에는 부담”이라면서 “현 할인 62% 상단, 상장지분가치증가 기대의 초입인 지금이 매수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지배구조 재편 여부나 발표시점은 예측할 수 없지만 지배구조 재편은 쉽사리 변동이 어려운 대형주 기업가치에 대대적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주가 동인”이라면서 “법안 통과에는 절차가 필요하고 거버넌스 이슈도 지켜봐야 하겠지만 향후 관심이 고조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 SK그룹, 최대 수혜주는 SK㈜가 될 가능성

더불어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끊임없이 거론되는 SK그룹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SK텔레콤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매입으로 SK텔레콤의 자사주 보유 비중(현재 9.4%)은 전체 발행 주식의 12%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아직 탄력적인 주가 상승을 보이지는 않는 모습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편입 비중 상향 이후 외국인 매도세가 주춤해졌지만 기관 매도세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과거에도 SK브로드밴드 등 계열사 지분 취득과 인수합병 등에 자사주를 적극 활용해 이번 자사주 매입이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현재 SK그룹 지배구조는 최태원 회장 등 ‘총수 일가→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져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정거래법상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관련 국내 업체를 인수합병(M&A) 하려면 지분 100%를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에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해 SK하이닉스를 SK㈜의 자회사로 만드는 지배구조 개편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SK텔레콤이 보유한 자사주는 분할 시 의결권이 살아나기 때문에 SK텔레콤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연구원은 “그룹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가 SK㈜의 자회사가 되면 SK㈜의 배당수익이 크게 늘 것”이라며 “결국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최대 수혜주는 SK㈜가 된다”고 덧붙였다.

◇ 현대차·한화·두산·한진그룹 등 연말 저평가 매력 부각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 규제 대상을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 보유한 상장사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로 올리는 지배구조 개편을 촉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지배권의 근간이 되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등에 대한 지분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이상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가 되는 과정이며, 이는 현대모비스의 성장비전이 명확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주는 현대모비스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화종합화학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한화그룹과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 두산과 한진그룹 등도 투자자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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