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국내 진단키트 기업 씨젠은 이달 코스닥 상장 10주년을 맞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영즘(코로나19) 확산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기록적인 판데믹 사태에서 세계 1위의 분자 진단 기술을 가지고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지도를 높였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이어 시가총액 2위로 단숨에 올라섰다.

때문에 향후 주가를 예측하기 힘든 종목이기도 하다. 아직 불투명한 코로나19 상황이 실적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씨젠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각각 838%와 3540% 증가한 2748억원과 169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10일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제한적인 실적을 냈음에도 놀라운 수준을 기록했다"며 "매출의 선행지표인 장비 매출이 1분기보다 높았던 점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하반기 실적 기대감은 꺾이면서 최근 주가가 조정되는 모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월말 3만원대이던 주가는 지난달 7일 31만2200원까지 올랐다. 이후 주가는 20만원대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계절적 요인으로 독감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키트의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7~8월 중순 매출은 5~6월과 비슷한 수준이며 4분기는 독감시즌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세 번째 국면에 돌입했고 독감 유행이 예상돼 변종 키트 및 독감 바이러스와의 올인원(all-in-one) 키트가 향후 씨젠 실적 증가 폭을 결정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씨젠은 코로나19 이전부터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었고, 최근 추가되는 고객사들도 일회성 비중이 낮다”면서 “하반기에도 고객 이탈 가능성은 다른 국내 기업들에 비해 낮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8일 씨젠 주가는 전날보다 1.98%(4900원) 내린 24만2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씨젠은 코로나19와 독감 등을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는 신제품 출시를 알리면서 장중 20% 이상 급등했다.

이 제품은 코로나19, 인플루엔자 A·B형 독감,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RSV) A·B형 등 5종의 바이러스를 한번에 진단할 수 있으며, 9월 중 세계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씨젠은 이번 제품에 검체 채취와 검사과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이중대조군' 기술이 적용돼 5종 바이러스를 정확히 구분하고 이에 따른 신속한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진단키트 수출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TRASS)에 따르면 지난달 진단키트 수출액은 1095억8005만원으로 7월보다 38% 늘어났다. 지난 4월 1770억원으로 고점을 찍고 7월(803억원)까지 감소했던 수출액이 반등한 것.

특히 전체 진단키트 수출액이 줄었던 7월에도 씨젠의 소재지인 서울 송파구의 진단키트 수출액은 6월보다 약 3% 증가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씨젠의 진단키트 수출은 견조하게 유지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제 진단키트 수출과 관련된 거품은 사라지고, 진정한 옥과 석이 가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씨젠은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코로나19 진단 키트의 매출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 단점”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적극 매수보다는 단기 매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이 양산체제를 구축함과 동시에 변종 키트 및 독감 바이러스와 코로나19를 한번에 검사할 수 있는 올인원 키트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하반기 실적 중에서도 특히 4분기는 변종 키트와 올인원 키트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상승여력이 10%인 점을 고려해 투자의견을 단기 매수로 하향했다”며 “글로벌 코로나19 확산 추이 감소 국면이 올 경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 적극 매수 관점보다는 트레이딩 관점이 유효하다”고 전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성과급 지급으로 약 116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지만 무려 61.5%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면서, 매출 볼륨 증가로 인한 레버리지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3분기 탑라인(초기결과)은 2분기보다는 다소 감소할 지라도 1회성 비용 감소로 영업이익은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 연구원은 "여기에 유전자 증폭(PCR) 장비가 1분기 226대, 2분기 303대 판매되면서, 올해 상반기 판매대수가 이미 작년 연간 판매대수인 255대의 두 배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씨젠은 장비와 시약이 연동되는 시스템으로 장비의 판매 증가는 앞으로 꾸준한 시약 매출의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세 지속과 코로나19 관련 신제품 출시로 씨젠의 벨류에이션(가치대비 주가수준)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하는 씨젠의 올해 영업이익은 4844억원이다. 2021년에는 4750억원으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에 씨젠은 건물과 토지를 잇달아 매입하고 있다. 씨젠은 지난달 공시를 통해 경기도 하남시 풍산동에 1만75.2㎡(약 3000평) 규모 토지를 520억원에 양수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에 토지와 건물을 561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씨젠이 부동산 매입 배경에 대해 '중기적 생산, 매출 증가에 따른 공간 확보'라고 밝히자, 시장은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씨젠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비쳤다는 것이다.

씨젠의 향후 주가는 우수한 기술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씨젠의 토스기반 기술은 한꺼번에 20개까지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고 한 목표 유전자만 정확하게 검출이 가능하다.

씨젠의 상장 밸류에이션은 2000억원 미만이었지만 현재 몸값은 6조7000억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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