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엔터 비롯해 다음 달 초까지 줄줄이 IPO에 우수고객 확보 나서

일본처럼 공모주 추첨제로 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신청 및 상담을 위해 기다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최근 공모주 청약 광풍이 불면서 증권사들이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한 우대조건 확대 등 청약 조건을 손보고 있다.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다음 달 초까지 15곳의 청약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슈퍼 개미’ 등 일부투자자에 대한 공모주 쏠림 개선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제도 개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10월 공모주 청약부터 개인고객의 우대조건을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KB금융그룹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KB스타클럽 MVP·로얄등급이 우대혜택 대상이다. 로얄등급은 KB금융그룹 전 계열사 최근 3개월 평균잔액 합계 1000만원 이상, MVP는 3000만원 이상이다. 우대고객의 청약한도는 기존 2배에서 2.5배로 늘어난다.

예를 들어 10월 코스피 시장 상장을 예고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일반청약 한도가 1억원이라면 우대고객의 경우 기존 2억원에서 2억5000만원까지 공모주 청약을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전월말 총자산 1억원 이상 보유한 고객에게 주어졌던 자산조건도 전월 평균잔액 1억원 이상인 고객으로 바뀐다. 공모주 우대혜택을 받기 위해 일시적으로 자산 기준을 만족해 우대혜택을 받는 경우를 제한하기 위해서다. 기존 우수고객들이 받을 수 있었던 주식 수가 감소해 피해를 본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KB증권 측은 공모주 청약한도 변경에 대해 “자산조건이 전체 KB그룹 상품 거래 대상이어서 고액자산가를 우대한다기보다 기존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슈퍼개미 등 우수고객 유치를 위해 청약한도를 200~300% 적용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청약일 직전월 3개월 자산 평균잔액이 1억원 이상이고 청약일 전월 말일 잔고가 5억원 이상인 ‘최고우대’ 고객에 대해 일반고객 청약한도의 300%를 적용한다. NH투자증권은 장기연금형상품에 직전월말 3개월평잔 매수잔고로 1800만원 이상 보유한 고객에 청약한도의 250%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 역시 자산평잔이 1억원 이상인 우수고객이나 급여이체, 연금계좌 보유 고객에 200% 우대혜택을 주고 있다.

공모주는 개인투자자가 납입한 증거금과 경쟁률에 따라 공모주를 배정 받는 형태다. 통상 청약 증거금이 많을수록 배정 물량 역시 함께 커진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의 우대혜택은 슈퍼개미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 밖에도 미래에셋대우는 다음 달부터 공모주 청약 기간 동안 영업점 창구에서 개설된 계좌에 대한 청약을 제한키로 했다. 또한 대리인을 통한 비대면·은행다이렉트 개설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투자자 쏠림으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홈페이지 일시중단·접속 지연에 대한 대책도 마련한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들이 서버 증설을 통해 오류 재발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증권사의 움직임은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공모주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을 확인하자 빅히트엔터테인먼트라는 또 다른 대어의 IPO를 앞두고 이를 활용한 우수고객 유치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소액투자자 형평성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도 소액투자자가 소외되는 현행 구조를 바꾸기 위해 추첨제 배정 등의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일본은 추첨제로 주식을 배정하고 홍콩과 싱가포르는 소액청약우대·추첨배정 방식으로 주식을 배정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부정적 시각이 크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공모 청약 미달 사태가 날까봐 IPO를 미뤄왔는데 시장이 반짝 활황을 맞았다고 제도를 뜯어고쳤다가 나중에 시장이 침체되면 고스란히 주관사가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소액청약 우대, 추첨배정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제도개선 필요성에 대해 일부 동의하지만 무분별한 제도 완화는 오히려 빚투를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액투자자는 IPO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면서 “평소 위험을 감수하고 IPO 시장에 거액을 넣는 슈퍼개미를 우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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