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결정 핵심 요소 “무형자산까지 가치 고려해야”

사진=하나금융투자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기업가치 영역에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자산 ‘무형자산’까지 볼 수 있는 통찰력이 중요해졌다. 국내에서는 카카오 시가총액이 전통적인 제조업체 대장주인 현대자동차를 넘어섰다.

최근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가 사상 최대 공모 흥행 기록을 경신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저금리와 유동성 환경에서는 투자할 때 무형자산 가치를 더 살펴볼 것을 조언한다.

3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미국증시의 시가총액 1~5위를 차지하는 성장주와 빅테크 기업들은 높은 무형자산 가치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낮은 비용, 새로운 독점 형태의 시장 영향력 행사 등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는 매출·이익 등과 같이 눈에 보이는 ‘유형자산’과 최고경영자(CEO) 역량·기술력·지적재산권·브랜드 인지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터넷·모바일 분야의 급성장과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이 발전하면서 △인터넷과 모바일 업종에서는 단기적 실적보다는 가입자수나 편리성·접근성 등이, △바이오 헬스케어 업종에서는 임상의 단계·파이프 라인의 유효성·차별화된 기술력 등이 더 중요한 팩터(Factor)가 됐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애플이다. 현재 시가총액 2조달러의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 애플은 정보기술(IT) 하드웨어 기업에서 플랫폼기업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그렇다면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의 무형자산 비중은 얼마나 될까? 애플의 지난해 기준 회계상 기록된 무형자산은 제로(0)다. 때문에 회계상에서 볼 수 없는 기업의 무형자산 가치를 추정해 볼 필요가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가총액]-[총자산-총부채-공표된 무형자산] 수식을 이용해 공표되지 않은 무형자산의 가치를 추정했다. 지난해 기준 애플의 시가총액은 1조2000억달러, 총자산 3400억달러다. 이를 적용해 보면 애플의 숨겨진 무형자산 가치는 1조900억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시가총액의 92%다.

글로벌 상위 기업 무형자산 비중을 살펴보면 애플과 구글 등 소비재 기업들은 88~98%인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엔 재무제표만을 분석했다면 현재는 무형자산의 가치까지 분석해야 정확한 기업가치를 전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숨겨진 무형자산 가치는 ‘브랜드 가치’와도 비슷하다. 글로벌 시가총액 150위 기업 기준으로 보면 IT(2018년 94%→2019년 99%), 소재(59%→69%), 금융(26%→29%) 섹터가 2018년 보다 2019년, 시가총액과 비교해 숨겨진 무형자산 가치 비율이 높아졌다.

국내에서도 최근 카카오 시가총액이 현대자동차를 넘어서는 상황이 연출됐다.

2일 공모주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며 역사를 새로 쓴 카카오게임즈도 무형자산의 비중이 높은 기업 중 하나다. 카카오게임즈의 무형자산의 가치는 어떨까.

카카오게임즈의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으로 1조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6월 말 기준 자산총계는 7215억원, 부채총계는 681억원, 공표된 무형자산은 1762억원이다.

앞의 수식에 적용하면 카카오게임즈의 무형자산가치는 약 7342억원이다. 시가총액의 43%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무형자산손상차손도 꽤 크다. 때문에 시장의 평가보다 기업가치가 다소 고평가 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재만 연구원은 투자전략 대상으로 동일 업종 내에서 숨겨진 무형자산의 가치 대비 순이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상승하는 기업을 추천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형자산이 주목 받는 이유는 '장기투자'에서 찾을 수 있다. 지적재산권·브랜드 인지도·인적 자산 등 무형자산의 경쟁력은 변동의 폭이 작아 리스크가 낮다. 장기투자자 입장에서는 무형자산의 경쟁력이 높은 기업에 투자해야 리스크를 줄이고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증시는 무형자산 비중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자산 중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고, 제조업 중심의 투자가 지속됐다”면서 “앞으로 무형자산 가치 평가가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뉴딜정책을 기반으로 전 산업분야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2009년 이후 시총 상위권을 유지해온 삼성전자, 현대차, LG화학 등이 꾸준히 무형자산 투자 비중을 확대해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연구원은 “현대차의 경우 다소 늦었지만 트렌드에 맞춰 무형자산 취득액이 늘어나고, 유형자산 취득액은 줄어드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가 자동차 생산 공장의 증설보다는 자율주행과 친환경차 등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에 더욱 주력하고 그에 따른 연구개발 성과들은 점차 자산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신사업에 대한 프리미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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