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체 펄어비스의 주가가 약세다. 사진=펄어비스 제공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국내 게임업체 펄어비스의 주가가 약세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장기화에 따라 다른 게임업체들이 비대면 ‘수혜주’로 주목받는 것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대표작인 ‘검은사막’ 모바일의 매출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투자 수요도 꺾였다. 올해 출시한 신작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9월1일 펄어비스는 전날보다 1300원(0.7%) 오른 18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펄어비스는 7월 이후 두달 동안 16%가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내 게임업체 넷마블이 72% 오른 것과는 극명히 비교된다. 엔씨소프트는 같은 기간 5% 하락에 그쳤다.

펄어비스의 실적은 예상 외로 견조했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은 1317억원, 영업이익은 50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4%, 11% 줄었지만,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9% 증가했다. 해외 매출 비중은 78%로 매 분기 꾸준히 증가세다. '검은사막'과 '이브온라인'의 PC와 콘솔 플랫폼 매출은 전분기보다 각각 25%, 12% 늘어났다. ‘검은사막’은 세계 전지역에서 매출이 늘어났다.

이진만 SK증권 연구원은 3일 “실적 호조의 가장 큰 요인은 ‘검은사막’ PC 및 콘솔, ‘이브온라인’ 매출이 주력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 코로나19 수혜로 각각 전분기보다 20%, 10%, 30% 이상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규 게임 출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히트작’이 부재하다는 평가다. 지난 4월 중국에서 출시된 ‘이브온라인’과 5월 사전 출시된 ‘섀도우 아레나’, 8월에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이브에코스’ 등도 성공이라 불리기에는 조금 못미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 연구원은 “이브 에코스’의 장르 특성상 초기보다 큰 폭의 매출 증가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검은사막 모바일 매출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검은사막 PC 및 콘솔, 이브온라인 매출이 올 하반기에 일정 부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브온라인과 새도우 아레나의 성과가 크지 않은 가운데 검은사막 모바일의 매출 순위 하락이 전체 매출 감소의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PC버전과 콘솔 버전의 ‘검은사막’은 견조한 매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 연구원은 펄어비스의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모바일 게임 이브에코스의 성과가 단기적으로 모멘텀이 될 수 있겠지만, SF(Sci-fi) MMORPG라는 생소한 장르라는 점에서 성공 여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차기 대형 기대작 ‘붉은사막’은 내년 4분기, ‘도깨비(DokeV)’, ‘플랜8’은 2022년 출시라는 점에서 내년에는 역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펄어비스는 현재까지 흥행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게 ‘검은사막’ 하나에 불과한 점이 실적 성장에 있어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14년 말 출시한 ‘검은사막’의 매출은 이미 하락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주가 회복에 앞서 신작 ‘이브에코스’의 흥행이 우선돼야 한다고 분석한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남은 희망은 ‘이브에코스’”"라며 “PC버전의 ‘이브온라인’이 연 600억~700억원의 매출을 내는 흥행 게임이라는 점에서 모바일 버전인 ‘이브에코스’의 흥행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했다.

펄어비스의 PC 신작 '섀도우 아레나'는 정식 출시가 아닌 사전 출시 형태로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유료화 모델도 스킨과 시즌 배틀 패스 등으로 제한해 매출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21일 출시한 ‘섀도우 아레나’는 아직 정식 출시가 아닌 사전 서비스 형태로 이용자와 소통하면서 게임을 수정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단기간의 매출 기여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금 모델 또한 과금 여부가 플레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유료화 모델을 스킨과 시즌 배틀 패스 등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매출 상승 속도는 더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반기 펄어비스의 기대주였던 ‘이브에코스’의 초기 성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브에코스' 출시 초기 성과가 부진하면서 신작 모멘텀 기대감이 소멸되고 '붉은사막' 출시까지 신작 모멘텀 공백을 감안해 목표주가를 15% 하향조정했다.

그는 "지난달 론칭된 '이브에코스'의 성과를 말하기는 이르지만 동남아 등은 물론이고 핵심 시장인 북미와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매출 순위가 매우 낮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출시 첫 분기 일평균 매출은 '검은사막 모바일 글로벌'보다 좀 더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 연구원은 "펄어비스의 핵심 기대 신작 중 가장 빠른 출시 일정이 2021년 4분기 '붉은사막' 글로벌이라 현 시점에서 신작 모멘텀을 논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진단했다.

성 연구원은 하지만 펄어비스의 중장기적 투자 매력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PC, 모바일, 콘솔을 아우르는 플랫폼 확장성, 장기적으로 클라우드 게임 대응 경쟁력 등이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펄어비스는 플랫폼 다변화에 성공한 국내 유일의 게임 개발사로 평가받고 있다.

펄어비스는 2010년 9월에 설립된 게임 개발사다. ‘릴온라인’, ‘R2’, ‘C9’, ‘검은사막’을 개발한 김대일 의장과 게임어바웃 윤재민 대표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현재는 투자자 출신 정경인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다. 대표작 ‘검은사막’은 2014년 국내에 출시됐고 다음 해 5월 일본과 러시아에 진출했다. 이어 북미와 유럽에 진출해 큰 인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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