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주가, 2017년 재상장 당시보다 64% 하락한 수준

유통부문 재계 1위 롯데쇼핑이 지난 2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내고 주식 시장에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유통부문 재계 1위 롯데쇼핑이 지난 2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내고 주식 시장에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의 20일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2200원(2.82%) 내린 7만5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연초 도달했던 52주 최고가 14만4000원에 비해 47%가량 낮아진 수준이다. 재상장된 지난 2017년 10월30일 종가 21만원에 비하면 64% 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롯데쇼핑은 2011년 주가가 50만원에 육박하던 '잘 나가던' 종목이었다. 롯데쇼핑은 지난 2006년 40만원에 공모주 청약을 실시했고 그 해 2월9일 상장됐다. 상장된 날 롯데쇼핑은 단숨에 LG전자(시가총액 11조원)를 제치고 시가총액 11위(12조원)에 올라섰지만 종가는 시초가인 42만원에서 3.1% 내린 40만7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후 롯데쇼핑은 지난 2017년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인적 분할한 뒤 재상장됐다.

2014년 경영진에 대한 검찰 조사를 시작으로 지난 몇 년 간 롯데그룹은 여러 대외 악재에 시달렸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인해 중국에서만 약 2조원의 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는 유니클로 등 일본과 합작사가 일본 불매 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쳤다.

올해 롯데쇼핑은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 2분기 영업이익은 14억원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수준이다.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은 4조459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9.2% 줄었고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는 98%나 줄었다. 순손실은 199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영화관 매출이 급감해 컬처웍스에서 551억원 규모의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영업외 부문에서 3406억원 상당의 자산 손상차손을 인식한 게 실적이 나빠진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소비자들이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다시 꺼리면서 백화점 사업 부문의 2분기 매출은 6665억원, 영업이익은 439억원으로 각각 전년동기보다 12%, 41% 줄었다. 다만 해외명품과 가전 관련 소비 회복으로 1분기(매출 6063억원, 영업이익 285억원)에 비해서는 소폭 개선됐다. 중국 션양롯데백화점 충당금 환입과 인도네시아 임차료 감면, 베트남 판관비 감소 등에 따라 영업이익은 1분기보다 54% 증가한 수치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되면서 마트는 매출 1조4650억원, 영업손실 578억원을 기록했다. 할인점은 매출 감소에 더해 9개 점포에 대해 구조조정 충당금을 86억원을 설정하면서 영업적자가 확대됐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쇼핑의 주가가 '턴어라운드'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1일 “이익 부진의 주된 요인이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 기존점 부진 때문”이라며 “국내 마트 부문은 점포 구조조정 충당금 반영 등으로 전년동기보다 100억원 이상 적자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그는“2분기 영업외 부문에 반영된 손상차손 등 추가 비용에 대한 보수적 접근은 당분간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하이마트를 제외한 전 오프라인 사업의 매출이 크게 부진했다”며 “시스템 불안정성 등의 일회성 요인을 감안해도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차별적인 경쟁력이 뚜렷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의 영업상황과 차입금 부담이 지속되면 순손실 현상이 2021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자산 손상차손, 오프라인 구조조정 진행에 따른 추가 비용 집행 가능성 역시 자산가치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배당주'였던 롯데쇼핑은 지난해 배당을 줄여 그 매력도 잃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보통주 1주당 현금배당금은 2016년 2000원에서 2017년 5200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2017년 사드 당시 적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배당성향을 3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놓고 이를 실행했다.

그러나 올해 지급된 배당금은 줄어 주주들의 불만이 가중됐다. 롯데쇼핑이 공시한 배당금 지급액은 1주당 3800원으로 전년(5200원)보다 26% 줄었다.

롯데쇼핑 실적 부진의 궁극적인 원인은 유통업계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유통업계에서 전통적인 강자인 롯데쇼핑의 취약점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쿠팡과 네이버쇼핑 등 디지털 유통장자와의 경쟁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목표로 롯데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올초 출범한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ON'이 대표작이다. 네이버 출신 검색엔진 전문가를 영입해 자체 검색엔진을 개발하고 유통, 물류, 화학, 식음료 등 계열사 전반을 아우르는 빅데이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롯데쇼핑은 향후 3~5 년간 전체 오프라인 매장의 약 30%(200개)의 매장에 대해 구조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2분기에도 백화점 1 곳과 할인점 3 곳의 영업을 종료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 속에 구조조정 비용까지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구조조정이 마무리될 때 까지는 각종 비용이 발생하면서 매출과 이익이 모두 감소하는 고통스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조조정 이후 수익성이 회복되면서 곤두박질치던 주가도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오프라인 구조조정과 함께 주요 사업부문의 실적이 안정화되고 해외 부문의 불확실성이 축소되면서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의사결정이 단기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의사결정이 느렸던 지난날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기여하는 부분은 크지 않을 것이나 체질 개선이 진행된 이후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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