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주가는 8월 첫 거래일인 3일부터 7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그 기간 동안에만 41.5%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국내 대표 자동차업체 현대자동차 주가가 그야말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주가는 8월 첫 거래일인 3일부터 7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그 기간 동안에만 41.5% 올랐다. 주가는 지난 10일 하루에만 15%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이날 거래량은 846만795주나 됐다.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11일 종가는 17만9000원으로, 종가 기준 2015년 5월8일(17만3000원) 이후 5년 3개월 만의 최고가였다. 시가총액은 36조3236억원으로 늘어 코스피 시장 시총 7위에 다시 올랐다.

이 같은 단기 급등은 2분기 실적이 경쟁사들보다 선방했다는 것과 함께 전기차 사업 부문 확대에 대한 기대가 더해진 영향이다.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2.3% 줄어든 5903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컨센서스(3000억원대)를 크게 웃도는 예상 밖의 선전이라는 평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큰 폭의 적자를 낸 가운데 현대차는 안정적인 현금 유동성과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내 공장, 탄탄한 내수 등을 바탕으로 2분기 이익을 냈다.

현대차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을 제조·판매하는 완성차 제조업체로, 1967년 설립돼 1974년 6월2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한때 60조원을 웃돌며 삼성전자에 이어 ‘넘버2’의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자동차 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며 주가가 떨어졌고, 올해 들어서는 시총 순위 10위권 밖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올해 들어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비대면 산업 주와 삼성SDI 등 전기차 배터리 관련 주에도 밀려났다.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세가 절정이었던 지난 3월20일 현대차 주가는 지금의 3분의 1 수준인 주당 6만5000원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자율주행과 전동화 등으로 자동차산업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업체라는 낡은 이미지 탓에 테슬라 등 혁신과 성장성을 전면에 내세운 후발 주자들에 비해 저평가를 받았다.

그랬던 현대차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는 소식들을 전해왔다. 현대차는 지난 11일 친환경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전기차용 브랜드로 전환하고 2025년까지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기아차와 함께 2025년까지 세계 전기차시장 점유율 10% 확보를 이뤄내겠다는 야심찬 목표다.

글로벌 투자업계의 관심을 받는 미국의 수소전기 트럭 스타트업 니콜라의 최고경영자(CEO) 트레버 밀턴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현대차와 손잡고 싶다”고 말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그는 “현대차에 두 번이나 협력하자고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며 “현대차와 함께한다면 1000억달러 넘는 가치를 가진 기업을 세우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협업을 타진했다.

시의적절한 신차 출시와 고급승용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인기도 주가 상승과 호실적의 원동력이 됐다. 현대차는 7월 미국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달보다 더 많은 차량을 팔았다. 같은 기간 제네럴모터스(GM)와 토요타 등 경쟁사들이 미국시장에서 고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는 더 나아진 제네시스 등 고급 승용차를 출시해 주목받았다. 카이즈유 데이터랩에 따르면 국내에서 제네시스의 7월 판매량은 1만2310대로 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3사 판매량을 합한 1만1414대보다 많았다.

7월 현대·기아차는 내수시장 점유율 86.2%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4.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1~7월 현대차는 국내에서 46만1994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4.0% 늘어난 실적이다.

제네시스는 연말 신제품 GV70 출시를 앞두고 있어 판매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기 수요도 현재 G80은 2만5000여대, GV80은 8000여대 등으로 많다. 올해 판매량은 처음으로 10만대가 넘을 전망이다.

현대차가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분야를 선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받고 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4일 “전동화사업에서도 전통적 완성차기업의 역량이 필요하거나 현대차그룹이 확보한 차세대 기술, 특히 수소와 관련해 신규기업들과 격차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5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7.2%를 기록하면서 전 세계 4위에 자리했다"면서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설계 완성도와 효율성 측면에서 테슬라 다음으로 경쟁력이 높다"고 밝혔다. .

3분기 실적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이재일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83% 늘어난 1조71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영업이익률 4.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토요타(4.6%)를 뛰어넘고 폭스바겐(2.4%), GM(2.3%)을 큰 폭으로 앞서는 수치다. 지난해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3.4%였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국내 자동차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전망을 밝게하는 요인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외여행 대신 제네시스 탄다'라는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내수소비는 230조원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인데, 품목별로 자동차 소비 증가금액이 4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8.6%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반기 내수 자동차 수요는 전년보다 7.1% 늘어난 92만8000대, 금액으론 27조7000원이나 돼 초호황"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동차는 국내 이동 수요로 예상외 호황을 기록 중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판매대수 증가보다 믹스(제품 배합) 향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판매하는 모든 제품 계열과 품목의 배합 전략이 개선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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