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부실 대비"…상반기 충당금만 약 3000억원

기준금리 하락에 순이자마진도 하락…1년새 1.19%포인트↓

3사 모두 비은행계열사 성장으로 실적 선방

김지완 BNK금융 회장(왼쪽부터), 김기홍 JB금융 회장, 김태오 DGB금융 회장.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지방금융지주들의 실적이 나빠졌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예상되자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한 영향이다. 또 저금리가 심화되면서 이자수익이 감소한 탓도 컸다.

31일 지방금융지주 3사의 실적발표를 종합하면 BNK금융지주과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모두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지방금융지주중 가장 규모가 큰 BNK금융은 상반기 순이익은 310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5% 줄었다. 같은기간 JB금융지주는 순이익이 1882억원으로 7.8% 줄었다. DGB금융도 8.2% 줄어든 1851억원을 기록했다.

◇충당금 적립에…3사 은행 모두 실적 ‘뒷걸음’

지방금융지주 3사 상반기 순이익 현황.
지주사들의 실적감소는 모두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부진 영향이 컸다. 실적 감소폭이 가장 큰 곳은 DGB금융의 대구은행이었다. 대구은행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388억원으로 전년보다 22.1% 줄었다.

이 기간 BNK금융의 부산은행도 순이익이 1781억으로 20% 감소했다. 경남은행도 13.1% 줄었다.

JB금융 계열사인 전북은행과 광주은행도 각각 순이익이 17.3%, 6.7% 줄었다.

은행들의 실적부진은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영향이 컸다. 충당금은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은행이 미리 쌓아놓는 비용을 말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앞으로 발생할 지 모르는 대규모 부실에 대비해 미리 충당금을 쌓은 것이다. 충당금이 쌓인 만큼 순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은행 등 5개사의 올해 상반기 충당금 전입액만 약 3000억원에 이른다. 1분기에도 충당금을 약 1100억원 쌓은 은행들은 2분기에만 충당금을 1855억원을 더 쌓았다.

충당금 전입액이 가장 많은 곳은 대구은행으로 상반기에만 1117억원에 이른다. 전년과 비교하면 45.1% 늘었다. 코로나19 관련으로 추가로 쌓은 충당금은 236억원 규모다.

충당금과 함께 기준금리가 올해 0.5%까지 떨어지면서 이자마진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방은행중 가장 규모가 큰 부산은행은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이 전년보다 3.9% 줄었다. 나머지 경남·대구·광주은행도 각각 4.8%, 3.6%, 1%씩 전년보다 이익이 감소했다. 유일하게 이자이익이 늘어난 전북은행도 1.5%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방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NIM은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에서 발생하는 수익 등을 포함한 지표다.

5개 지방은행의 2분기 NIM 평균은 2.046%로 전분기보다 0.32%포인트 떨어졌다. 전년 동기(2.236%)와 비교하면 1.19%포인트 떨어졌다.

지방금융지주들은 실적발표자료에서 “기준금리 하락 영향으로 NIM이 감소했다”고 입을 모았다.

◇비은행계열사로 실적 방어

이처럼 지방금융지주들은 은행들의 실적이 감소했지만 비은행 계열사의 선방으로 실적이 크게 나빠지는 것은 막았다.

BNK금융의 경우 BNK캐피탈, BNK투자증권 등 비은행부문이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특히, BNK투자증권은 순이익이 225억원으로 전년보다 77.2% 늘어났다. BNK캐피탈은 순이익이 14% 증가했다. 올해 증시 상승에 힘입어 주식·채권 위탁매매수수료가 많아지고 IB수수료도 늘어난 영향이 컸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BNK투자증권은 일회성 비용 부담을 엘시티 관련 수수료와 증권, 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실적 호조로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BNK금융은 비은행계열사의 실적 호조로 전체 계열사중 비은행 부문이 순이익에 미치는 기여도가 전년 16.1%에서 올해 21.6%로 5.5%포인트 상승했다.

JB금융도 비은행계열사인 JB우리캐피탈의 실적이 큰 보탬이 됐다. JB우리캐피탈의 상반기 순이익은 548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23.7% 늘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JB금융은 은행 NIM이 0.03%포인트 하락했지만 자산증가로 그룹 이자이익은 전분기보다 1.4% 증가했다”며 “JB우리캐피탈 2분기 순이익은 290억원으로 전분기 258억원에 이어 분기 최대 실적을 또 깨뜨렸다”고 설명했다.

DGB금융도 마찬가지다. 비은행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 DGB생명, DGB캐피탈이 골고루 성장했다.

특히, 하이투자증권은 상반기 순이익이 432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64.3% 늘었다. 하이투자증권은 구리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 안성 물류센터 개발사업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생(PF) 딜 증가에 힘입어 투자은행(IB)·PF 부문이 크게 성장했다. 또,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도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 증가로 인해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DGB생명도 보험이익과 투자이익 증가로 올해 상반기 순이이익 48% 늘어난 22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DGB금융의 비은행 이익비중은 전년 31%에서 39%까지 상승했다.

김은갑 연구원은 “DGB금융은 은행 외 자회사 실적개선이 돋보인다”며 “상반기 누적기준 증권, 생명, 캐피탈 등 비은행 이익비중이 39%로 높아지면서 금융지주로서의 안정화된 이익구조를 갖춰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DGB금융은 대손부담 확대와 판매관리비 증가에도 이자이익이 전분기 수준을 유지한데다 비이자이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며 “은행의 유가증권 관련이익과 하이투자증권의 수수료수익 확대, DGB생명의 이익개선이 비이자이익 증가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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