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 보유 확약’ 선택사항인 현행 구조 문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코스피 상장 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SK바이오팜이 최근 일주일 사이(13~20일) 6% 가량 하락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모주를 받은 후 절반 이상 차익 실현을 위해 털어내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단기 차익 실현, ‘공모주 단타’를 허용하는 현행 구조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SK바이오팜은 전 거래일보다 2.09%(4000원) 내린 18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3일(19만9000원)부터 일주일 사이 6.03% 주가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SK바이오팜 주식을 약 39만2597주를 팔아치웠다.

외국인 투자자는 SK바이오팜이 상장한 이달 2일부터 17일까지 14거래일 연속 주식을 내다 팔았다. 공모주 607만주를 받아서 2주일 만에 절반이 넘는 412만주를 처분한 것이다.

SK바이오팜은 ‘따상(상장일에 치고가가 공모가의 200%에서 시작해 상한가 기록)’으로 기록해 종가 기준 21만7000원까지 올랐다가 외국인 매도로 내리막길을 걸어 17만7000원까지 떨어졌다가 20일 18만7000원으로 회복했다. 저점 기준으로 봐도 공모가(4만9000원) 대비 281%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통상 외국인은 일반 개인투자자처럼 청약 당시 의무보유 확약을 걸지 않는다. 의무 보유 확약이란 기관 투자가가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는 조건으로 공모주를 상장 후 2주~6개월 등 일정 기간 보유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SK바이오팜은 청약 경쟁률이 320대 1로 1억원을 청약 증거금으로 내걸면 11~16주를 청약받고 증거금이 많을수록 공모주를 많이 가져가는 구조다. 때문에 ‘의무 보유 확약’ 없이 공모주를 받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장 즉시 대거 매도하는 단타에 나서는 것이다.

국내 및 외국 기관투자가들은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기 위해 상장 이후 일정 기간 동안 공모주를 보유하겠다고 약속하는 ‘의무보유 확약’을 걸 수도 있고, 선택 사항이라 의무 보유 확약을 걸지 않을 수도 있다.

보통 의무 보유 확약을 걸 경우 상장 후 2주, 1개월, 3개월, 6개월 단위로 걸고 이 기간까지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은 씨티은행이나 골드만삭스를 통해서 SK바이오팜에 청약했는데 외국계 기관은 의무 보유 확약을 걸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대주주 주식과 우리사주는 법적으로 유통제한 물량으로 묶여있다. 각각 6개월, 1년간 매도가 제한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바이오팜 의무보유현황은 보통주 5873만4940주로, 해제일자는 상장 6개월 후인 내년 1월 2일까지다.

외국인들이 판 주식은 모두 개인과 국내 기관들이 순매수하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개인은 공모주 받기가 쉽지 않은 반면 개인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공모주를 대거 받아 상장 초 주가가 크게 오르자 주식을 처분해 차익을 실현하고 개인은 공모주보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들일 수밖에 없다는 현행 제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1일 "기관의 의무보유기간 설정은 선택사항이고 주관사가 자율적으로 물량 배정을 하다 보니 해외 기관은 의무보유기간 설정 없이 상장 직후 차익을 위해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다시 들어올 지 수급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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