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KT&G는 전거래일 대비 3000원(3.72%) 오른 8만3700원에 거래를 마쳤다.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유가증권시장에서 KT&G는 수년간 ‘재미없는’ 종목에 가까웠다. 2018년 이후 9만5000~10만5000원의 박스권에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움직임이 적은 대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종목이었던 KT&G는 올해 6만원대까지 내려왔다 8만원대까지 오르는 등 큰 변동세를 보이고 있다.

KT&G는 지난해 10월 10만65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약 5개월 동안 하락을 거듭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의 폭락이 가시화되던 지난 3월 6만3000원으로 바닥을 찍을 때까지 하강곡선을 그린 것. 코로나19 이후 동남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시장에서의 물류 차질, 항공기 운항 중단과 면세점 휴업 등으로 담배 수출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7월16일 KT&G는 전거래일보다 3000원(3.72%) 오른 8만3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시장과 함께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던 주가가 검찰수사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전날 증권선물위원회는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와 관련한 KT&G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중과실로 최종판결을 내렸다. 앞서 5월 금융위원회 산하 회계 전문 기구인 감리위원회도 KT&G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 안건에 대해 고의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로써 KT&G는 증권발행제한 2개월과 감사인지정 1년 등의 가벼운 조치를 받게 되는 대신 검찰 수사를 피하게 됐다. 증권선물위원회 등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은 고의, 중과실, 과실로 나뉘는데, 고의성이 인정되면 검찰 고발과 통보 등으로 이어진다. 한국거래소에서도 검찰에 고발된 기업에 대해서만 거래 정지 및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릴 수 있는 만큼 시장의 조치에 대한 우려도 사라졌다.

검찰수사 가능성이란 악재가 해소된 것이 하반기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평가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7일 “시장에서 우려한 마지막 악재가 해소된 시점인 만큼 저가 매수가 유효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심 연구원은 6월부터 시작된 중동 수출 선적이 하반기 실적 개선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국경 봉쇄 조치 등이 해제되고 있어 부진했던 수출도 하반기엔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 전 KT&G는 궐련과 전자담배의 대형 수출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기도 했다. 지난 2월 공시에 따르면 KT&G는 중동 유통업체인 ‘알로코자이 인터내셔널’과의 판매권부여 계약에 성공했다. 계약 금액은 최소 2조2000억원 규모로 계약 기간은 올해 2월26일부터 2027년 6월30일까지다. 판매·공급지역은 중동, CIS국가 등 KT&G 수출의 주력시장이다.

지난 1월에도 KT&G는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전자담배 ‘릴(lil)’의 해외 판매를 위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KT&G는 PMI의 유통망을 활용해 전 세계 국가에서 릴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최초 계약기간은 3년이며 앞으로 성과에 따라 협력 관계는 지속하도록 했다.

이정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KT&G 중동 수출규모가 2019년 6월보다 677%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신시장 회복속도가 KT&G 주가 상승을 결정할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장지혜 카카오페이증권 연구원은 2분기 KT&G의 해외 담배 수출이 전년보다 9.4% 증가한 2070억원으로, 2017년 이후 2년만에 유의미한 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중동 쪽 2분기 수출금액을 850억~900억원으로 예상했다.

KT&G는 외국산 담배 소비 증가로 국산 담배 점유율이 낮아지는 추세라 해외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80여개국에 담배를 수출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KT&G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3356억원, 영업이익은 3487억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6.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6% 감소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3.4%, 4분기는 31.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투자증권은 KT&G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줄어든 3855억원을 낸 것으로 추산했다. 2020년 연결기준 매출은 5조1580억원, 영업이익은 1조3950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실적과 비교해 매출은 3.9%, 영업이익은 1% 늘어나는 수준이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에 대해 1분기 수준의 실적 부진은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그는 "상반기까지 부진한 실적은 중동 수출 판매량 회복, 코로나19 영향 약화, 미국 수출 증가, 부동산 매출 증가 등으로 하반기부터는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하반기로 갈수록 KT&G의 배당매력도 부각될 예정이다. KT&G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올해 주당 배당금(DPS)은 적어도 작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9년 DPS 기준 현재 시가배당수익률은 5%를 상회하고 현재 시가 배당수익률은 6%에 이른다.

KT&G는 국내 1위 담배 제조업체로서 독과점형 시장구조를 갖고 있다. KT&G의 주요 제품은 제조담배 (98% 에쎄, 레종, 더원, 보헴, 타임, 디스플러스, 심플, 디스 등), 반제품 순매출 (2.6%), 임대수익 (2.2%) 등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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