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의 주가가 코로나19로 크게 하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올해 초 트위터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라호텔 `애망빙` 대신 신라호텔의 주식을 사자”는 캠페인이 등장했다. ‘애망빙’은 서울 신라호텔 로비라운지 ‘더 라이브러리’에서 판매하는 애플망고빙수를 말한다. 5만원대의 고가 빙수를 소비하는 대신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등의 경제 활동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이 캠페인의 속뜻이었다.

이처럼 호텔 빙수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의 가격은 올해 9.3% 올라 5만9000원이다. 애플망고빙수는 2011년 '더 라이브러리'에서 첫 선을 보였다. 제주신라호텔의 인기 메뉴이기도 했다. 이 상품은 작년에는 판매량이 30% 이상 늘었고 호텔 내 다른 식음업장의 매출도 올려주는 효자상품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빙수 값과 비교되는 신라호텔의 주가는 얼마일까. 서울신라호텔, 제주신라호텔, 신라스테이 등 호텔과 면세 사업을 하는 호텔신라의 주가는 7월1일 기준 6만8800원이다. 52주 최고가 11만1000원에서 38.01%나 떨어진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직격탄 때문이다.

지난해 호텔신라는 매출이 5조원을 넘기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매출과 영업익 모두 상당히 후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점은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전세계적인 봉쇄 정책으로 5개월 이상 '개점 휴업' 상태로 버티고 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매출액 5조7173억원, 영업이익 2959억원을 달성해 2018년보다 각각 21.3%, 41.5% 증가했다. 특히 세계 최대 화장품 향수 면세사업자로서 면세점 부문에서만 5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5440억원, 776억원으로, 영업이익은 분기별 사상 3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호텔신라는 공시 이래 1분기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호텔신라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9.7% 하락한 9437억원, 영업손실은 668억원이나 됐다.

면세점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0.7% 줄었다. 시내점은 22.5%, 공항점 42.2%씩 각각 줄었다. 면세점 부문 영업손실의 대부분은 공항점의 비싼 임차료 때문이다. 싱가포르와 홍콩 등 해외 면세점 매출액은 유사하게 감소했으나, 높은 수준의 임차료 감면 등 지원 효과로 영업손실은 110억원 수준이었다.

호텔 부문 역시 투숙률이 감소하면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서울신라호텔의 투숙률은 44%, 제주 61%, 신라스테이 62%씩 급감했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이 우려되는 때이지만 지난해 실적으로 기업가치가 증명된 만큼 상황 종료 이후에는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일 기업가치 회복은 결국 시점의 문제라고 낙관했다. 그는 "한국 면세점시장이 지닌 경쟁력과 그 속에서 호텔신라의 지위는 달라진 부분이 없다"면서 "상반기 기저가 낮았던 만큼 하반기 회복을 시작으로 영업상황 정상화를 가정할 경우 내년도 실적 개선을 기대된다"고 했다.

그는 "하반기에 면세품에 대한 한시적 제3자 반송과 국내판매 허용에 따른 매출 감소폭이 완화될 것이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인천공항 임차료 인하에 따라 개선이 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3자 국외반송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중국 보따리상 '따이공'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소매판매증가율은 3월을 저점으로 반등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S&P 글로벌 럭셔리 인덱스 역시 3월보다 20% 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 연구원은 "2분기 중국 6.18 쇼핑시즌에 이어 3~4분기 광군제 등 연말 소비시즌이 돌아오며 소매판매율이 회복하며 이연 수요와 함께 하반기 매출이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 '턴어라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8년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매출의 73.4%가 중국인에 의한 것이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부진 사장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그는 해외 진출로 위기를 정면돌파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신라호텔이 새롭게 론칭한 브랜드 '신라모노그램'이 베트남 다낭에 소프트 오픈했다. 그랜드 오픈을 연기해 지인을 대상으로 운영을 시작한 것.

이 사장은 지난 40년간의 신라호텔 운영 노하우가 집약한 '신라모노그램' 브랜드로 세계로 호텔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신라모노그램은 브랜드 등급은 호텔 객실 평균 단가를 기준으로 럭셔리 다음인 어퍼업스케일급이다. 호텔 등급은 럭셔리, 어퍼업스케일, 업스케일, 어퍼미드스케일, 미드스케일, 이코노미 순으로 분류한다.

글로벌 진출 신호탄이 된 신라모노그램 다낭은 총 309개 객실로 이뤄져 있다. 호텔 객실은 36㎡(약 11평)의 수페리어 객실부터 72㎡(약 22평)의 모노그램 스위트까지 5개 타입으로 나뉘어지고 4개의 식음업장을 운영한다.

이러한 자구책에도 호텔신라의 주가 흐름은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크다. 정부의 면세점 지원 대책이나 지역민을 상대로한 호텔사업이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동현 KB증권 연구원은 6월22일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출입국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기 전까지 주가는 부진할 것"이라면서 목표주가를 15% 하향한 8만5000원으로 잡았다.

그는 2020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45% 떨어진 3조1281억원, 영업적자는 13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2021년에도 국경 간 출입국에 대한 제한이 일정 수준 지속될 것으로 가정해 2021년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35%, 41% 하향조정했다.

그는 오는 8월에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사업권 계약이 만료되면서, 이후 재선정 여부 및 임차료 변동에 대한 불확실성도 존재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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